수많은 풍경 가운데 오로지 자전거 풍경
언젠가부터 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특히나 봄과 가을의 시간은 더욱 짧아져,
계절을 만끽할 새도 없이
스르륵 지나가 버리고는 한다.
아침저녁으로 날마다 집 밖으로 나가지만,
왜 계절의 참맛은 지나가 버리고 나서야
아쉬움으로 남는 건지.
계절마다 바뀌는 바람과 햇살을
느낄 새도 없이 우린 바삐 지나가고,
어디론가 들어가 버리고,
조그맣게 나 있는 창을 통해서만
풍경을 바라보며 사는 건 아닌지.
버스, 지하철, 자동차, 사무실, 카페, 백화점, 마트…
그 속에 앉아 바라보는 것이
진짜 계절의 풍경이 맞는 것일까?
춥거나 덥거나 딱 두 가지밖에 느낄 수 없는
도시생활자들의 계절.
브롬톤을 타고서 나는 조금 달라졌다.
바람이 불면 그 바람에 몸을 맡겨 보고,
햇살 눈부신 날에는 눅눅해진 마음까지 쨍쨍하게 말려 보려 애쓴다. 종종 걸음으로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브롬톤과 함께 나만의 속도로 달려 본다.
회색 빛깔 가득한 빌딩 숲 속에서 브롬톤과 나는
서로의 속도에 맞추어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 간다.
위험천만한 대로를 지나 나와 브롬톤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소로를 찾아 달릴 때면
그제야 계절은 우리를 맞아 주며
제 색깔을 내보인다.
브롬톤에 올라앉아 바라보는 세상은
걸을 때보다 조금 빠르고 시원하며,
차를 탈 때보단 조금 더 경쾌하고 따사롭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햇살이 내리쬐면 내리 쬐는 대로
사계절 브롬톤을 탄다는 것은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
네 가지 풍경의 계절 속에서 브롬톤을 타다 보면 때론 시원하고 때론 뜨겁지만, 마음의 온도는 늘 상쾌함으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쉽사리 브롬톤의 안장에서 내려오기 어려운거겠지, 어떤 계절에도.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브롬톤과 함께라서, 참 다행이다.
* 글 : 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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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빅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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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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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