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겨울로, 엄마와 함께
- 엄마, 어디 가 보고 싶어?
- 눈이 잔뜩 쌓인 풍경을 보고 싶어.
- 엄마 추위 많이 타잖어.
- 그래두.
추위를 많이 타면서도 눈을 좋아하는, 아직 소녀 같은 우리 엄마.
잔뜩한 눈을 보러, 우린 홋카이도로 떠나기로 했다.
떠나기 6개월 전부터 일찌감치 비행기표를 끊어놓곤 엄마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물론 중간에 고비는 있었다.
- 우리 다음에 가자.
'~때문에, ~때문에..'
- 안돼, 엄마. 우리 표 끊어놔서 수수료 문단말야.
- 그래? 수수료 많이 떼?
물론 수수료는 하얀 거짓말이었다.
워낙 일찍 끊어놓은덕에 수수료를 떼지 않을 기간임에도, 그러지 않으면 떠나지 못할것만 같아서.
자꾸만 크고 작은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우리의 여행에 끼어들려고 할때면, 나는 '떠나야만 할 이유'를 만들어 방어했다.
몇 번의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를 겪고 난 후에도 엄마와의 순조로운 여행을 위해 꼼꼼히 살피고 또 살폈다.
어찌보면 그동안 내가 떠나온 그 어떤 여행보다도 더 꼼꼼하게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엄마의 소중한 시간을 한 순간이라도 허투루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조금 이른 겨울이었을지 모를 그 때,
우리를 환영해주는 듯 펑펑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얗던 홋카이도.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흰 눈 속에서 누구보다도 해사하게 웃던 엄마.
우리는 배낭여행으로 온 여대생들마냥 작은 것에도 깔깔댔고 매일밤 조잘대며 잠들었다.
눈물 날 정도로 즐거웠던 우리들의 홋카이도.
- 오길 잘했지?
- 응, 정말 오길 잘했다.
- 우리 또 오자. 그리고 생일 축하해, 엄마.
* 글: 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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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빅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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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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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