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겨울로, 엄마와 함께
언젠가부터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자꾸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턱 막힌듯,
울컥 하고 치밀어 오를 때마다 늘 비행기 티켓을 끊었던 것 같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자꾸만 도망치듯 떠났다.
커피값을 아끼고, 크고 작은 물욕을 자제해가며,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여행을 다녀올때는
그동안의 알뜰한 시간을 다 보상받는듯 늘 가뿐하고 행복했다.
결혼 전엔 혼자서도 씩씩하게, 결혼 후에는 둘이서 오붓하게.
익숙한 듯 어딘가로 떠나고, 짐을 꾸리던 내게 엄마는 그랬다.
처음엔 걱정을, 나중엔 부럽다고.
엄마는, 맘먹으면 언제든 가뿐하게 떠날 수 있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순간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동안의 나는 나의 괴로움만을, 나의 무게만을 짊어지면서 낑낑대느라
엄마의 무게에 대해선 잊고 살았던거다.
엄마라고 왜 떠나고 싶지 않았겠으며, 엄마라고 왜 떠날 기회가 없었겠는가.
처음엔 그 미안함을 선물을 사오는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엄마가 좋아하겠지 싶어 사온 물건들, 하지만 나는 점점 그보다도 내가 본 세상을 엄마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졌다.
안되겠다.
엄마, 이번엔 같이 떠나자.
* 글: 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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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빅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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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