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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모험가 Jun 04. 2018

여름숲으로, 여름숲으로.

숲의 하루, 여름에서


미세먼지에 빼앗긴 봄이라는 짧은 계절의 문이 닫히고, 어느새 여름의 문이 화알짝 열렸다.



추워 종종댔던 계절이 대체 언제였냐는듯 파아란 하늘과 초록의 향연은 여름의 당연한 덕목처럼 우리의 시선 끝에 머물고.

벌써부터 쨍한 햇볕에 여름숲 생각이 간절해진다.



겹겹의 나무그늘 아래 꽁꽁 숨고 싶은 날, 우리가 사랑하는 여름숲으로 향했다.

습관처럼 익숙한 발걸음으로.



여름빛을 머금은 숲은 더 깊어진 초록으로 계절을 담뿍 품고 있었고,

도시의 이른 더위에 시들어가던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듯 했다.

여름 특유의 싱그러운 친화력으로.



더욱 가뿐해진 여름의 집을 짓고, 그늘막 없이 자연의 나무그늘 아래서 하루의 살림을 꾸려본다.



숲속의 일과는 늘 비슷하지만, 우린 매번 새로운 놀이를 하는 아이처럼 들떠있곤 한다.



아마도 언젠가부터 그 반복이 주는 리듬감을 즐기고 있는 것일테다.



해먹 속에 포옥 안겨 깊고 달콤한 낮잠을 자거나,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야곰야곰 모닥불을 지펴보거나.



여름숲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으며, 단순한 일과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담뿍 차 있었다.  



도시에서 날 괴롭히던 생각의 잔상을 지워버리는 시간.

치열했던 도시의 고민은, 여름숲에선 그저 남의 얘기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잔뜩 쌓아놓은 장작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고민도 하나씩 줄어드는 양, 후련한 기분.



한 주동안 켜켜이 쌓여있던 생각의 조각들을 비워내는
모닥불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리라.


 


여전한 우리들의 계절놀이.

올 여름도 숲으로, 숲으로.








*글: 블리
www.instagram.com/bliee_

*사진: 빅초이
www.instagram.com/big.bigchoi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www.soro-soro.com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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