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일찍 만나고 온 봄
연초부터 분주했던 나날 속 갑자기 떠난 여행.
그동안의 긴긴 겨울에 지쳐있던걸까.
행선지가 어디라도 상관없었고 그저 조금 떠나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조금 빠른 봄을 만나러, 우린 자연스레 따뜻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야자키.
제법 익숙한 무언가를 떠올리게 했던 그곳의 이름.
별다른 계획없이, 그저 필름카메라와 배낭 하나씩 둘러메고 떠난 우리에게 미야자키는 낯설면서도 익숙했고, 익숙한듯 또 낯선 곳이었다.
공항이라기보단 터미널에 가까운 자그마한 공항에서 우릴 가장 먼저 맞아준 이들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 직원분들이셨고,
버스 티켓 판매부스에도 할아버님이 나른하게 앉아계셨다.
한 시간에 한 대뿐인 버스와 지하철.
그 누구도 서두르는 이 없이, 느긋하고 안전하게 우리를 싣고 달리던 버스.
조급해봤자, 어차피 달라지는건 없었다.
그저, 미야자키의 속도에 익숙해지는 수 밖에.
생각해보면 미야자키에서는 기다림이 당연한 덕목이었던 것 같다.
조금 더 천천히 가는 것에, 조금 더 여유롭게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미야자키에 머무르는동안 우린 그 느긋함과 기다림에 점점 길들여진듯,
어느샌가 조금 더 느릿한 미야자키의 시계 초침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계절만은 느릿하지 않아,
조금 더 빨리 봄을 안내해준 곳 또한 미야자키였다.
미야자키에서 조금 일찍 만나고 온 봄 이야기.
*글: 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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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빅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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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소로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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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인 빅초이와 <시작은 브롬톤>을 쓴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 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