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 vegas

Let's go big big world

by blingzoomma

7시에 일어나려 했는데, 8시에 억지로 눈을 떴다.


1년 앞서 갔던 유럽에선 새벽부터 잠이 깨 설쳤던 기억에 일찍 일어나는 계획을 세웠는데 미국은 반대로 게을러지는 타임존이었다.


호텔문을 나서자마자 죽음의 온도를 품은 공기가 내 온몸에 '훅' 끼얹어졌다.


지난밤 호텔직원은 3층에 있는 룸키를 내밀며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으니 계단을 이용하라고 했었다. "그럼 일층에 있는 룸으로 주세요." 했더니 1.2 층 모든 룸은 에어컨이 고장 났단다. '엥!?'


미국 땅을 밟자 말자, 이것이 소문으로만 듣던 인종차별인가? 어리둥절한 와중에,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손님들 역시 줄줄이 캐리어를 이고 지고 3층까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짧게 가졌던 오해를 풀었다.


어쨌든 이 구질구질한 호텔에 그나마 건재했던 에어컨은 생명수였다.




우버를 불러 타고 렌터카센터로 가자고 했다.

'황량한 사막에 있는 화려한 밤을 가진 도시'

낮엔 척박할 줄 알았는데, 택시에 앉아 잠깐 훑은 라스베이거스는 깔끔하고 집집마다 수영장이 있는 부내 진동하는 곳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오전 9시는 아직 이른 시간인 듯 우리 둘만 덩그러니 서있는 넓은 렌터카센터가 무색했다. 한국말을 하는 직원이 당첨됐으면 좋겠다고 바랬지만 모든 옵션을 미리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영어로도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렌터카센터에선 직접 렌터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직원은 우리가 사전에 지정한 등급의 렌터카들이 모여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의 번호를 안내해 줬다. 그곳으로 가서 그중 아무거나 우리가 원하는 차를 몰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렌터카를 만나러 가는 남편의 발걸음은 들떠있었다. 그러다 이내 우리가 안내받은 주차장에 쭉 늘어선 쉐보레에 절망했다.

미국에 왔으니 지프 또는 포드정도는 몰아볼 수 있을 거란 헛된 기대와 쉐보레들이 줄 서있는 현실 사이에서 남편은 그 어떤 현실도 선택하지 못하고 이차 저차 갈팡질팡했다.


그러다 우리보다 뒤늦게 온 손님들이 개중에 괜찮은 몇 대도 끌고 가버리고 우린 연식 오래된 똥 쉐보레에 우리의 열흘을, 네바다주에서 출발해 애리조나주를 돌고 유타주, 와이오밍을 지나 몬테나까지 가야 하는 그 먼 여정을 의탁했다.

때론 지나친 우유부단함은 철퇴로 다스려야 할 중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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