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Canyons

by blingzoomma

후버댐을 지나 그랜드캐년을 향해 달렸다.


후버댐은 네바다 주와 애리조나 주의 경계이며, 그 경계를 사이에 두고 1시간의 시차가 생긴다.

'그 경계에서 일 분도 아니고 갑자기 한 시간이나 생기는 시차는 태양의 고도와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데, 있을까?' 내가 이런 게 궁금한 동안 남편은 본인이 시청했었던 영화들에서 후버댐이 어떻게 묘사되었었는지 떠올리며 감회에 젖는 듯했다.


하지만 것도 잠깐이었다.

나의 시차에 대한 궁금증도, 남편의 감회도 드러난 살은 로스가 되고, 가려진 곳은 스팀이 되는 더위아래 빠르게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사방으로 지평선이 펼쳐진 벌판에 쭉 뻗은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소낙구름은 그 광활한 곳에서 그 스스로를 숨기지 못하고 바람에 떠밀려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분명 내 머리 바로 위는 맑음인데, 저 앞엔 먹구름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으로 쏟아지듯 내렸다.


비구름을 향해 액셀을 밟으면 구름은 회색의 육중한 몸을 이끌고 차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도망 다녔다.

신기했다.

구름이 내가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감지하기 어려운 속도로 동서남북을 돌아다니는 비구름들에 눈을 떼지 못하고 때론 그 비구름을 드디어 만나 관통하며 우린 해가 지기 전 그의 마지막을 불사를 때 즈음 그랜드캐년에 도착했다.




그랜드캐년은 그 명성처럼,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크고 웅장했지만 누군가의 사진 또는 TV로 본 그대로였다.

사진으로 여행의 목표가 생기기도 하지만 사진이 스포가 되기도 한다.

이 말이 그랜드캐년이 버킷리스트인 누군가의 의지를 꺾어버렸다면, 이 말도 해야 할 것 같다.


오랜 세월 지각변동으로 생긴 이 그랜드 한 협곡은 그랜드캐년 국립공원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국립공원을 뒤로하고 (30분?) 달리다 인디언이 천막을 치고 소품을 팔고 있는 곳에 차를 세웠다.

천막뒤로 막힌 곳 없이 넓디넓게 펼쳐진 것이 프릇프릇 초원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초원이 아니라, 깊게 갈라진 크넓은 협곡이었다.




해가지고 금세 어두워졌다. 식당들도 거의 영업종료였다. 어느 식당이 맛집인지 간 볼 것도 없이 불 켜져 있는 식당으로 얼른 들어갔다.


스포 당하지 않은 뜻밖의 수확은 더욱 달콤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들어간 식당의 스테이크와 와인이 훌륭했을 때처럼, 갑자기 나타난 어마어마한 협곡의 장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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