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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정 Nov 26. 2021

슬럼프, 그리고 회복하려는 노력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어요.


처음엔,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여름만 지나면,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야... 조급하지 말자 시간을 인내하자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한 시간이 늘어가면서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슬금슬금 슬럼프에 빠져 들어가는 나를 발견하네요.


사실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어요. 많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을 만났고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생각을 했어요.


이상하게, 회사를 나와서 하는 일들은 모래알로 성을 쌓는 느낌이에요.

모으고 다져 놓으면 파도 한 번에 휩쓸리는 허무한 느낌.

개인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란 한정되어 있기에 아무리 눈앞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루트가 보여도 프로젝트를 결정하고 진행하기가 쉽지 않음을 느끼고 있어요.


나는 결국, 회사에서 돌아가는 프로세서의 한 축을 서포트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는 자괴감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회사라는 큰 틀 안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이었던 거예요.


프로세서의 한 축이 하찮다는 게 아니라,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회사의 인프라에서 내가 맡은 영역에 한정된 부분이었고, 그걸 넘어선 더 날것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있어요.


내 맘대로 안 되는 답답한 경험과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는 체험을 되풀이하면서 의미 있지만 지루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모든 게 자신이었고 모든 일이 내 맘대로 될 거라 생각했던 나는 자만했었나?

나는 왜, 무슨 일이든 하면 잘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무슨 자신감으로 내가 마음을 먹고 회사를 다시 다니기로 결정하면 언제라도 다시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요즘의 나는 거절당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모나여 깎여나간 자리가 아프고 예민해지고 또다시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언젠가는 무뎌지겠죠. 그날이 언제일지, 빨리 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의욕이 없으며 무기력한 상황. 슬럼프를 인지하고 아프지만 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요.

평생 회사를 다닐 수는 없을 테니 언젠가는 한 번쯤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잘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에요.


깨어나고 나면,

어떠한 일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고

예민한 촉을 가끔은 감출 줄도 알며

버릴 것과 취할 것을 구분하고

열정을 쏟을 일과 대충 넘길 것을 알고

상대로 인해 상처 받지 않으며

스스로를 낮출 줄도 알고

일과 생활을 구분하여 감정을 소비하지 않고

나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적절하게 장점을 드러내고

영리하게 단점을 감출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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