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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괜찮다고 힘내라고 말해줬으면 좋았을 걸

by 김효정

마음에게 미안하다. 또 상처를 줬다.

유연하게 굴면 강단이 없다고 하고 강하게 나가면 유연하게 대처하라한다. 말은 쉽다. 본인이 그 상황에 닥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어떤 일에 한번 타겟이 되면 한동안은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한다. 재판장 안에서 심판 당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날이 있다.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바나나 껍질을 밟은 그런 날. 오늘은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일과 삶을 철저하게 분리해 뒀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내공이 부족한가보다. 그냥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못할 일이 없는데, 이게뭐라고 이런 핀잔을 들어야 하는 걸까. 이미 내 감정, 내 기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거구나. 나는 화성에서 온 외계인처럼 그들의 복잡미묘한 표정을 읽어야했다. 웃고 있지만 웃는게 아니다.


하자가 있는 물건이라도 일단 팔고 보자는 장사치같은 그들의 표정이 나를 짓눌렀다. 이겨낼 수가 없구나. 나는 결국 항복을 외친다. 그리고는 마음이 얼음 공주처럼 차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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