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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으로 말하는 남자

어쩌면 사랑이 필요했는지 몰라

by 김효정

운명같은 사랑, 이상형을 찾고 있는게 아니였다. 그저 따뜻한 눈빛 하나, 저울질 하지 않는 연애, 밀당없는 편안함... 20대에 했었던 그런 풋풋한, 순수한 그런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엊그제 만난 지인의 얼굴에서 사랑에 빠진 여자의 핑크빛 러블리함을 만났다. 그녀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사랑스러워죽겠다는 표정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가 너무 좋아요. 어차피 우린 헤어지겠지만, 지금 이 감정에 충실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껏 자신을 참고 기다려준 남자에 대한 고마움, 신뢰가 그녀의 마음 속까지 꼭꼭 채우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그녀와 내가 꿈꾸는 사랑은 현실에서 조금 동떨어진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감정이 통하기 전에 몸으로 이야기하는 연애에 대해 약간의 혐오를 품고있다. 나같은 부류의 여자들은 마음을 나누기도 전에 다른 것을 나누고자 하는 본능에 충실한 남자들에 대해 실망하고 실망하다가 결국은 혼자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된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너무 빨리 다가오면 저만치 밀어내 버리는 나라는 여자는 어쩌면 혼자 사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고.


그녀는 말한다.

"문제가 있는게 아니예요. 마음을 열기 전에 자꾸 다가오니까 그런거지. 소중히 여기면 최대한 여자를 존중할텐데, 상대방 보다도 자기 감정이 우선인 사람들이 많으니까."


연애를 하면서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는 쪽은 플라토닉이다. 정신적인 교감이 있어야 더 만날지 말지에 대한 판단이 선다. 기간의 문제는 아니다. 이 사람이 나를 정말 아껴주는지, 믿어주는지, 사랑해주는지.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내게 묻는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요?"


나는 답한다.

"이상형 같은건 없어진지 오래 되었어요"


어색한 적막의 시간을 없애보려 또 다시 질문이 이어진다.

"그럼 남자 볼 때 무얼 가장 먼저 봐요?"


답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조금 망설여진다.

"눈빛요."

눈빛은 거짓말 안하니까. 적어도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알 수 있다.


그런 진실된 눈빛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만큼 나는 합리적인 나이를 산다. 사랑보다는 스펙이나 배경, 그리고 외모까지 모두 더해 평균 점수를 낸다. 그러려면 눈빛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아무래도 그런 뻔한 연애가 두려웠나보다. 또 실망하게 될까봐. 그래서 너무 성급하게 다가오면 밀어내기를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삼았던 것일까. 상처주고받는게 싫어서.


어쩌면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과,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 사랑에 빠진 사람의 진실된 눈빛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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