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몸이 내게 말을 걸었다

자신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지 말기를

by 김효정

밤에는 멍청하게 잠이 오지 않다가 새벽에 일어나기란 왜 이렇게 힘겨운 것일까. 한시가 넘어서 잠을 잤으니 당연히 새벽 다섯 시에 기상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겠지. 정말로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 아침, 로봇처럼 일어나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회사 갈 채비를 마친다. 원래도 생각이 많은 사람인데, 요즘 들어 더 생각할 일이 많아졌다.


건강하게 잘 사는 일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요 근래 부쩍 몸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제 몸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 나이에는 당연한 거야



건강하지 않아서 슬프다는 나의 푸념에 그가 나를 보며 입을 연다. 사실 시간 활용을 철저하게 하는 사람은 쉼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주중엔 업무에 치여 쉴 틈 없이 일하면서도 주말에는 또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아지는 사람. 그게 나였다. 매일 6시 이전에 기상하면서 집에 돌아오면 늘 밤 9시가 넘어가는 생활 패턴(저녁식사도 못하고) 때문에 피곤은 점점 쌓여만 갔다. 주말에도 늦잠을 잘 수 없는 날들이 지속되면서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특히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맡은 프로젝트가 주말에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 달에 4일은 주말 업무가 생겼다. 꾀를 부릴 성격도 못돼서 꼭 내가 나가서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좋은 퀄리티를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새롭고 재미있는 일을 좋아하는, 마흔에 가까운 나이인데 아직도 꿈으로 가득 찬... 사람들은 늘 내게 체력이 좋다고 이야기했지만, 어쩌면 나를 쓰러뜨리지 않는 것은 나의 정신력이었다. '젊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젊지 않았다. 몸이 자꾸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제대로 쉬지 않으면서 일을 하는 건 몸을 혹사시키는 행위다. 작년에 목에 혹 같은 게 잡혀서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갔었다. 다행히 단순 임파선염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내게, 언제든 피곤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할 거라고 이야기했다. 쉬지 못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나타나는 질환. 덜컥 겁이 났고 앞으론 몸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생활 패턴을 바꿀 순 없었다.

몸에 좋다는 기능성 알약을 사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솔직히 난 기능성 약의 효능을 잘 믿지 않는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음의 안도나 위안거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구매한 약은 몇 번 먹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으로 가기 일쑤였다.


올해는 다른 질병이 나를 괴롭혔다. 스트레스가 쌓여 적시에 분출하지 못한 까닭인지, 위와 장이 급격히 나빠졌다. 게다가 나처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술로 인한 건강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테지만, 언제나 청춘일 거라는 망각에 사로잡혀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음식은 회. 일 순위는 무조건 회였지만, 이제 날것이 좀 무서워졌다. 친구들과 약간 싱싱하지 않은 회를 먹어도 나는 언제나 멀쩡했고 함께 먹은 사람들은 배탈이나 고생했다. 그런데 이제 그 반대가 되었다. 날것을 먹는 날엔 늘 끝이 좋지 않아다. 날것을 먹고 몇 번의 병원행을 한 뒤로는 슬프게도 이제 더 이상 회가 좋지 않다.


체력과 면역력이 언제부턴가 곤두박질쳐 바닥으로 날 끈다. 쉼이 필요하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했던 것에 내 몸에 사과를 구한다. 몸이 말을 걸어올 땐 정말로 무심히 받아들여선 안 된다. 당신도 언제나 청춘일 순 없다. 그리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몸을 혹사하면 그 결과는 참혹하다. 당장은 아무렇지 않을지 모르지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무너진 신체를 느끼게 된다.


몸은 쉽게 자신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저 작은 몸짓만 보일 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괜찮아,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어"라고 쉽게 자기 최면을 걸어 버린다. 하지만 뒤늦게 몸의 이상 신호를 느낀 다음에서야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한다. '미련한 것.'


생각해보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삶'이었다. 조금 요령을 피워도 괜찮다는 이야기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챙기는 게 가장 현명한 일임을 언젠가는 깨닫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건강하게 살자. 오늘도 그러자고 나 자신에게 세뇌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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