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관 보면 아빠 생각이 난다
좋아한다는 것의 힘은 강력하다. 바이러스처럼 침투해서 어느 순간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지난달 TV에서 '트롯 어워즈'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요즘 대세인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의 젊은 남자 가수들이 먼저 흥을 돋았다. 그다음으로 원조 트롯 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이미자, 태진아, 김수희, 현철이 오랜만에 TV에 출연해 노래를 불렀다. 그중에 송대관도 있었다. 조금 마른듯한 모습의 그는 무대에서 네박자를 불렀다. 오래전에 불렀던 것보다 조금 더 느리고 여유 있게.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그 모습이 난 참 보기가 좋았다.
뭔가 힘이 빠진 듯한 네박자였지만,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기쁨과 고단함의 깊이가 달라진 것 같았다. 요즘 트로트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르는 후배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너무 잘 부르려고 오버하지 않는 게 오히려 기교가 없어서 듣기 편했다.
내가 기쁠 때
내가 슬플 때
누구나 부르는 노래
내려보는 사람도
위를 보는 사람도
어차피 쿵짝이라네
쿵짝쿵짝 쿵짜자 쿵짝 네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한 구절 한 고비 꺾어 넘을 때
우리네 사연을 담는
울고 웃는 인생사
연극 같은 세상사
세상사 모두가 네박자 쿵짝
송대관의 노래에 심취해 흥얼대며 따라 불렀다. 가슴속에 작은 응어리가 풀어지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는 송대관을 좋아했고, 그의 노래도 즐겨 불렀다. 특히 많이 불렀던 노래는 <차표 한 장>.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사랑했지만 갈길이 달랐다
이별의 시간표대로 떠나야 했다
송대관을 보면 아직도 아빠가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아빠가 그와 그의 노래를 좋아했던 탓에 나도 그와 그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면, 나도 모르게 그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 그와 생각이 같아지고 취미나 생활 패턴도 비슷해지게 된다. 이게 사랑의 힘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즐기기를 바란다. 그가 곁에 없어도 그와 함께했던 공간, 느낌, 대화, 노래와 같은 것들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좋은 추억거리가 될 테니 말이다.
오랜만에 보는 송대관의 무대는 아빠를 떠올리기에 충분했고,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상황이 선물같이 느껴졌다.
울고 웃는 인생사
연극 같은 세상사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웃고, 울고.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한다는 것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어차피 모든 것이 네박자 쿵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