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외롭다

매일 시 한 편을 보내는 마미

by 김효정

며칠 전부터 엄마는 아침마다 내게 시나 좋은 문구를 보낸다.


“글귀가 좋아서.”


어제는 <한 사람>이라는 시를 전달하며 엄마 특유의 감성에 젖어들었다. 힘겨운 세상, 나와 함께해 줄 한 사람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자기 위안적인 글이었다.


"그러게,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답변을 보내며 마음이 씁쓸했다. '엄마가 많이 외로운가?'라는 생각이 밀물처럼 다가왔다. 그러다가 또 한 가지 생각이 덧붙었는데, '그 한 사람이 세상에 있는가?'였다. 엄마는 전라도 광주, 나는 서울. 두세 달에 한 번이나 얼굴을 볼까 말까 한 우리 모녀 사이만 봐도 서로를 챙겨주는 건 쉽지 않은 일. 나 조차도 엄마에게 그 사람이 되어주지를 못하니, '누가 엄마의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필요할 땐 곁에 있어주는 사람, 함께 밥 먹고 차 마시고 산책하고 생각을 나누는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을 함께 살아가 줄 사람. 늘 엄마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내어줄 사람은 없었구나...


친한 아줌마의 전화에 한 시간이 넘도록 열 올려 통화하는 엄마를 보며, "전화 좀 그만 끊으면 안 돼?"라고 눈치를 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 아줌마 쪽에서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잠깐 듣기론 대부분은 누군가의 흉이었다) 시답지 않은 이야기에 왜 자꾸 대꾸해 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외로움이 아니었을까. 먼지 같은 가십거리, 출근해 사람들과 점심 식사를 먹는 것, 딸과 가끔 쇼핑을 나오는 시간도 엄마에게는 커다란 즐거움이었을까. 혼자여서 좋은 날들은 충분히 살아왔다. 엄마는 이제 누군가와 대화하고 부대끼고 싸우고 화해하는 그런 평범한 일상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 나만 외롭다고 생각했을까. 엄마는 나보다 수십 배는 더 외로웠을 텐데. 모든 세상의 중심이 나에게만 맞춰진 것처럼, 엄마도 엄마의 인생이 있는데 말이다.


엄마에게 맛있는 걸 먹었다고 자랑하고, 예쁜 옷을 샀다며 기뻐하고, 여행지에 가서 멋지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나의 즐거움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기 바빴다. 그럴 때면 늘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좋겠다."


사실 남자 친구가 있기 전까지는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엄마는 어디든 나와 함께 가길 원했다. 지난날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지금 나의 빈자리가 엄마를 더 쓸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예전처럼 딸과 함께 하는 일상을 꿈꾸고 있었을지도.


생각해보면 늘 엄마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화가 날 때도 엄마에게 모든 걸 쏟아내는 나는 성숙하지 못한 어른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친구 같은 딸'이라는 빌미로 나는 너무 이기적인 친구 역할을 해왔다.


"엄마, 하루 잘 보냈어?"

오늘은 조금 다정하게 먼저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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