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주의보

울고 싶으면 언제든 마음껏 울어도 돼

by 김효정




"정신 차려"

라는 말을 요즘 들어 많이 듣는다.


뭔가 혼이 나간 사람처럼 정신이 우둔하다. 링 위에 올라서서 강펀치를 몇 대 맞은 선수처럼 어지럽고 지탱할 수 없는 상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그저 일어서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2년 전부터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어쩌면 결혼을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이렇게까지 해서 결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혼자 살아갈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20대에는 결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30대 후반에 들어서니 결혼을 못하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더 큰 문제는 이제는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도 없다는 것이었다. 사랑이라는 말 자체도 다른 나라 단어처럼 멀게 느껴졌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정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도 많이 지쳐있었다. 왜 이런 일들이 자꾸 반복되는지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가 때로는 모든 게 내 잘못처럼 느껴졌다.



다들 결혼 전에 미친 듯이 싸우고 정 안 맞으면 파혼하는 경우도 여럿이라고 타인은 내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니 언제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어도 된다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사람들.


견딜 수 있는지 없는지, 포기하고 살 수 있는지 없는지 생각해보라는 말을 꺼낸다. 하지만 그렇게 싸우다 보면 과연 우리에게 사랑이 남아 있긴 하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찾아 이렇게 돌고 돌았는데, 결국 모든 게 원점이라는 생각에 기운이 빠진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하고 해야 해'라는 말을 찰떡같이 믿고 살아왔지만, 지금은 '굳이 그런 게 중요한 건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오래된 연인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은 사랑보다 정이다. 살다 보면 정이 들 테니까 어차피 사랑이란 감정은 3년도 채 가지 않는 거라며 조언을 하던 엄마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널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면 돼



이게 엄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너무나도 변덕이 심해서 그 마음이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든 일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게 된다면 더 현명해져야 한다는 것. 문제없이 평온한 일상을 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


누굴 탓할 것도 없었다. 세상일 모든 게 자신이 하기 나름이니까.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이 모든 게 자신의 선택이지만 어쨌든 불안한 인생을 살게 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적어도 회사를 다니는 것처럼 앞뒤 없이 ‘네네’해야 하는 게 아닌, 이성이 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감성으로 얼버무릴 수 있는 그런 따뜻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얼버무리고 살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어른이 하는 일은 다 그렇다. 어른의 시간에는 잠깐의 휴식이 있을 순 있지만, 늘 긴장상태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사실 나는 가슴에 묻어두고 살지 못한다. 한 번은 사주를 보러 갔는데, 대뜸 남자 친구가 내 이야길 잘 들어주느냐고 물었다. 나는 말 안 하면 병이 나는 사람이란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든 서슴없이 해도 편안하게 들어줄 사람이 내게 맞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의 세상도 너무 시끄럽다. 서슴없이, 마음 편히 이야기를 했다가 대판 싸운 후로 나는 그에게 말을 하기가 망설여진다.


세상에는 참고 사는 사람도 많다. 나에겐 수련이 많이 필요하다. 내 속은 잠깐 묻어두고 그의 시끄러운 세상을 다독이며 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래도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다. 이것마저 하지 말라고 하면 반칙이다.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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