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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화요일 반포대교

비는 오고, 내 마음은 잠긴다

by 김효정

비가온다. 두둑두둑두둑...

비오는 날은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냥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느낌이랄까. 나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감성이 더욱 활개를 치고 다닐 것이기에, 이런 날은 하루종일 나른하고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 마치, 비가 멈추지않아, 적정수위를 넘어 출입이 통제된 반포대교 잠수교처럼 비는 나를 마비시킨다.


우울한 날의 연속. 여유가 없는 날이 계속되면서, 숨쉴새 없는 미친 일정과 철야를 이겨내야 하는 건강할 수 없는 내 몸이 안스럽다. 더는 몸을 혹사시키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글을 쓸 시간도 없이 회사에서 돌아오면 쓰러져 자기 바쁘니, 정신이 황폐해진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슬플 새도 없이 나는 눈을 감는다.

내가 선택한 길이다.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때론 쓰는 일이 돈벌이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에.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못할일이 없지 않은가. 언젠가는 작은집에서 텃밭을 가꾸며 글을 쓰는 그런 꿈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시간만큼 잔인한 것이 없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확고해지는 하나는 쓰는 일이 내겐 유일한 기쁨이라는 것. 누군가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곧장 대답할 것 같다.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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