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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Jul 22. 2024

관계 끊기에 대한 찬사

스테파니 에렉타




한 어른이 내게 말했다.

"오랜 인연을 만들고 싶을 땐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야 해"


나는 되물었다.

"주고받는 사이요?"


그는 지긋이 내 눈을 바라봤다.

"살아 보니까, 쌍방으로 향하는 관계를 찾기 어렵더라고. 늘 한 사람이 주거나, 받거나 하는 패턴이지."

"주로 어떤 쪽이셨어요?"

"주는 쪽이 많았지. 근데 한 번 주기 시작하면, 당연한 게 되더라고. 그리고 사람은 안 변해. 만약 주변에 자꾸 주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관계를 끊는 게 좋아."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친척 중에 가세가 기울어 주변에 손을 내밀고 다녔던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돈을 빌려 줬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도움 한 번 준 것으로 치고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런데 그 친척이 또 돈을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럴까 싶어서 또 한 번 도와줬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하기에 그는 인연을 끊어 버렸다고 한다. 


"내가 도움을 줬던 사람은 계속 도움만 달라고 하고, 내가 도움을 받은 사람은 계속 내게 뭘 주려고 하더라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게 변하지가 않는 게 참 씁쓸하지만, 현실이야."



ⓒ hyo. 우리 집 스테파니 에렉타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다 맞는 것 같았다.

내 주변인들도 그렇다. 내게 자꾸 뭘 해달라고 조르는 사람들은 늘 부탁하기에만 급급하다.

반대로 자꾸 내게 무언가를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늘 더 주지 못해서 안타까워한다. 


관계를 정리가 확실하게 된다. 


나는 5년 사이에 많은 사람들을 정리했다. 

곁에 두면 괜히 마음만 소란해지는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들을 더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 hyo. 우리 집 스테파니 에렉타



나는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늙어서 그런지 더 이상 쓸데없는 감정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


그런 말을 할 때마다 그는 쉽게 답했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 안 봐"



어쩌면 남편은 참 독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미련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가끔 만나는 사이라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거나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심심풀이로 보내는 안부문자에,

나는 속이 거북해져서 

가끔은 카톡을 보지 않을 때도 있다.


상대는 없어지지 않는 '1'을 보며 자존심이 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꼭 그런 인간들이 있다.

그냥 심심해서,

무언가를 자랑하고 싶어서,

혹은 보내지 말았어야 할 말을 쏟아내는.





지금 나는 잔잔한 호수다. 호수 아래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겉면은 고요하고 조용한 평화 그 자체.

그러니 돌을 던지는 사람도, 비바람도 없었으면 한다. 


소소한 일상에서도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시린 일들이 일어난다. 

이것을 견디기 위해서라도 매일 더 즐겁고 행복한 일들로 채워야 하며, 더 단단하게 내 일상을 사랑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 hyo. 우리 집 스테파니 에렉타
ⓒ hyo. 우리 집 스테파니 에렉타




난 이 연약하고 보드라운 식물이 좋다.

괴근식물인 스테파니 에렉타는 동글동글 귀여운 잎을 가진 식물로, 가느다란 줄기에 잎을 매달고 하늘로 치솟는다. 마치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처럼 위로 쑥쑥 뻗는다. 줄기가 너무 얇아서 혼자의 힘으로 하늘까지 가는 것은 힘들어 보여 막대기를 꽂아 주었다. 타고 올라가면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서. 



괴근 뿌리도 작고, 너무 연약한 모습이 신경이 쓰이지만, 내가 꽂아준 막대를 타고 스스로 몸을 지탱하고 더 짙고 단단해 지기를 바란다. 


ⓒ hyo. 우리 집 스테파니 에렉타
ⓒ hyo. 우리 집 스테파니 에렉타





내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른 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나를 "저 싹퉁머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동의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에 맞다고 거짓 웃음을 짓는 건 더 나쁜 행동이다. 

차라리 혼자서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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