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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Jul 15. 2024

같은 생각의 위로

알로카시아 그린벨벳 프라이덱

변화의 시기다. 매일 다르다. 두려운 마음도 앞선다.

마치 여름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대도 이상할 것 없는 장마철의 날씨처럼 맑았다가 흐렸다가를 반복하는 잠자리 날개 같은 마음. 이렇게도 무게감이 없다는 게 조금은 안타깝다. 나는 남들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런 쪽으로는 호기심 자체가 없어서 가장 늦게 소식을 알게 되는, 기민하지 못한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반면에 지인들 중 누군가는 화젯거리가 있으면, 가장 먼저 알고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어떻게 그렇게 늘 빠를까 싶은데, '관심의 차이'라고 한다. 그는 커뮤니티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단다. 




ⓒ hyo. 우리 집 알로카시아 그린벨벳 프라이덱




요즘 유행하는 것, 이슈 거리, 결혼, 육아, 살림... 심지어는 삶의 지혜까지 볼 수 있는 게 커뮤니티란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 삶이나 잘하자는 마음으로 남들 이야기에 관심조차 두기 싫었다. 마음이 복잡해질 것 같았다. 그러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단어로 흥미로운 커뮤니티 글을 보게 되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훔쳐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다른 글을 보기 위해서는 카페에 가입해야 했다. 



카페에 가입하고, 가입인사를 남기고, 카페지기가 원하는 미션을 완료했을 때 특정 게시판을 읽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당장 원하는 글을 읽을 수 없어 마음이 조급했지만, 카페의 규칙대로 다른 사람들의 글에 댓글을 남기고 게시물을 올리면서 등업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맘카페에 정보가 많다고 해서 가입하려고 신청서를 쓰는데, 거슬렸다.

임신준비 중/임신 중/육아 중에서 선택해서 쓰는 부분이 있었는데, 나는 그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았다. 맘카페는 엄마가 아니면 가입조차 할 수 없는 곳인가.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필요한 정보와 궁금증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한 카페이기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거나, 아이가 없는 사람이라면 가입하지 마세요'라고 거부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 hyo. 우리 집 알로카시아 그린벨벳 프라이덱




마음이 삐딱해져 '딩크족 카페'를 찾았다. 설마 했는데, 카페가 있었다. 가입인사를 쓰려고 하는데, 또 거슬렸다.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 없는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써 놓은 글을 읽어보니, 나 자신의 삶에 충실, 부부만의 인생에 올인, 물질적 풍요와 자유, 여유로운 삶, 나의 커리어 발전 등의 글들이 있었다. 어떤 대답도 나와 같지 않음을 느꼈다. 그래도 답은 써야 하니, 고민하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삶'이란 대답을 썼다. 



지금 생각해도 참 바보 같은 답변이다. 

아이가 없으면 내 삶에 책임을 질 수 있나. 하지만 내가 책임을 운운한 건,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임감을 100% 채우지 않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의 삶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일일테니 말이다. 나는 동물을 키우면서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왔다. 




ⓒ hyo. 우리 집 알로카시아 그린벨벳 프라이덱





생각이 어떻든, 그래도 결혼하고 아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무엇으로 하루를 채우고 삶을 충만하게 하는지. 아이가 없어서 남편과 더 돈독해진다거나, 더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 혹은 불안하고 허전하지는 않은지 다른 부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러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생각이 비슷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커뮤니티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곳이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생각을 나누다 보면 그 누구의 위로보다도 편안해질 수 있다. 게다가 사이버상에서는 조금 더 나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질 수 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보다는 내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 보고, 눈치 보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어떤 한 사람을 만나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는 다양한 노력도 필요 없다. 그저 내 생각과 비슷하거나 더 발전된 방향의 생각을 이야기해 줄 수 있거나, 혹은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도 있다. 누군가를 만나서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그야말로 마음을 쉽게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 hyo. 우리 집 알로카시아 그린벨벳 프라이덱







우리 집에는 알로카시아 그린벨벳 프라이덱이 살고 있다. 

오래전에 알로카시아를 키운 적이 있다. 수형이 예쁜 대품이었고, 거실에 두며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했다. 문제는 초보식집사였다. 식물의 특성을 전혀 파악하지 않고 애정을 쏟았다. 결국 알로카시아는 과습으로 인해 시름시름 앓다가 수명을 다했다. 이후로 알로카시아가 키우기 쉬운 식물이 아니라는 게 머릿속에 박혔다. 매력적인 자태를 다시 보고 싶었지만, 쉽사리 집에 데려오지 못했다. 



식물 키우기에 초급딱지는 뗀 지금은 자신감이 조금 붙어서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작은 크기로 시작해 보자. 독특한 질감과 선명한 잎의 무늬, 누가 봐도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알로카시아 그린벨벳을 집에 데려왔다. 꽃말은 수줍음이라고 하는데, 잎맥이 진해서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자신을 훤히 드러내 보이는 것 같은데 수줍음이라니, 잘 매칭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잘 모르는 사람을 판단할 때 대부분 겉모습에서 이미지를 결정한다. 가장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이 겉모습이다. 게다가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까지 더해지면, 사람에게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된다. 



ⓒ hyo. 우리 집 알로카시아 그린벨벳 프라이덱




그러나 겉모습만 보고는 상대를 파악할 수 없다. 

겉모습은 그냥 겉모습일 뿐이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기쁜지 슬픈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다. 요즘의 나는 조금 외로운 것 같다. 문제는 이 외로움이 어떤 결핍에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해보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별의별 이야기가 많다.

힘들고 기운이 없을 땐, 이 세상에 나만 제일 우울한 것 같다가도 커뮤니티에 올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다들 그렇게 산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 hyo. 우리 집 알로카시아 그린벨벳 프라이덱


ⓒ hyo. 우리 집 알로카시아 그린벨벳 프라이덱


ⓒ hyo. 우리 집 알로카시아 그린벨벳 프라이덱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오늘을 즐겁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해보는 것.

그러다 조금 외로우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 그러는 과정에서 지금껏 듣고 싶지 않았던, 타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은 위로가 될 줄이야. 아마도 솔직한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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