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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Aug 27. 2024

선명한 것의 매력

블랙벨벳 알로카시아 




선명한 것에는 특별함이 있다.

지난날에는 소신과 주장이 확실한 사람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분명하게 말하고,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에게 큰 매력을 느낀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 hyo. 우리 집 블랙벨벳 알로카시아



블랙벨벳 알로카시아는 잎에 선명하게 보이는 잎맥이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 한다.

너무나도 뚜렷한 모습에 조금은 기가 죽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외형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 hyo. 우리 집 블랙벨벳 알로카시아





자신에겐 마이너스가 될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그만큼 삶이 괴로운 걸까. 아니면 앞에 있는 상대가 이 모든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앞에서는 물론 이해하는 척까지는 아니라도, 그의 행동이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반박하지 않는다. 

쉽게 꺼낸 말은 아니라는 생각과 굳이 내 의견까지 얹어 그의 마음을 소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저 가만히 들어준다. 



문제는 거짓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알게 된다. 그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나이 먹고 좋은 건 눈치가 빨라졌고, 쉽게 속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포장하고 감추려 한다.

조금 더 솔직했더라면, 인간미라도 느꼈을 텐데, 끝까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허세를 부린다.

결국 들통나고 말 것들.


ⓒ hyo. 우리 집 블랙벨벳 알로카시아




나는 커플 매칭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이나 풋풋한 연애 감정을 보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져서 좋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본질 없이 재미 위주로 프로그램을 생산해 내면서, 흥미가 없어진다. 

편집과 진행 방식도 경박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우연히 최근 시작한 <끝사랑>을 보게 되었는데, 마음이 편안했다.

조심성 있는 모습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건 연륜과 그들이 처한 현실 때문이겠지.

50대 이상의 남녀 매칭 프로그램이라 무게감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출연자 거짓, 사기 논란으로 인터넷 게시판이 떠들썩하다. 

재미 있었는데, 프로그램이 폐지 되는 건 아니겠지?



ⓒ hyo. 우리 집 블랙벨벳 알로카시아




재미가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커플 매칭 프로그램에 진정성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흥미보다는 내면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그 풋풋한 설렘과 따뜻한 마음이 담긴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 hyo. 우리 집 블랙벨벳 알로카시아


ⓒ hyo. 우리 집 블랙벨벳 알로카시아



숨김없이, 그저 얼굴만 봐도 모든 것이 드러나 버리는 내 사람들. 내 주변에서 나와 친분을 쌓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것 같다(그래서 그런지 난 친구가 많지 않다). 물론 이 사람들은 사회나 회사생활력에서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위로한다. '내 할 일만 잘하면 되지 뭐'

 

난 불편한 관계에 집중하고 싶지 않다. 그 사람에게 몇 번의 실망을 경험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내 마음 안에서는 스스로 가지치기를 한다. 그렇게 잘려 나간 가지들은 내 의식에서 멀리 사라지곤 한다. 

언젠가 누군가 그 아이를 묻는 질문에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았던 적이 있다. 나와는 결이 너무나도 많이 달랐던 그녀는 회사 동기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친한 척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더 가까워질 수 없었다.

추구하는 삶 자체도 너무 이질적이었다. 

굳이 서로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함께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늘 보는 사이도 아니고.




결국, 결이 다르면 멀어질 수밖에 없다.




ⓒ hyo. 우리 집 블랙벨벳 알로카시아



블랙벨벳 알로카시아가 우리 집에 온 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더워도 너무 더웠던 혹독한 여름을 베란다에서 나느라 잎이 살짝 탄 것 같은 느낌. 햇볕을 좋아하지만, 반 그늘에서 키워야 한다는 건 많은 식물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물 주기는 속 흙까지 마른 후 주는 것이 좋다. 습도는 높게 유지하지만, 뿌리가 늘 축축한 상태면 과습이 온다.


사실 꽃대도 올라왔었는데, 꽃대가 수형을 이상하게 만들고, 꽃을 피우기 위해 영양분을 다 빨아들인다고 해서 잘라 주었다. 블랙밸벳 알로카시아는 열대식물이기에 늦가을과 추운 겨울에는 아무래도 베란다보다는 실내로 식물을 들여놓는 것이 좋다.


지금은 잎이 3개인데, 대가 하나 더 올라오고 있다. 

블랙벨벳 알로카시아는 생각보다 키우기 쉬운 순한 식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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