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my friend
토요일 밤. 이태원은 수많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 청춘을 그냥 흘려 보내기엔 너무나도 아쉬워서. 떠들썩한 거리에서 처음 본 사람과 눈을 맞추며 뜨거운 이 밤을 즐긴다. 오늘 여기에선 모두가 내 친구.
심심한 밤, 친구가 필요한 밤,
나는 나는 친구를 만들죠.
그렇게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이곳저곳을 헤매다 목이 마르면 적당한 바를 찾아 맥주나 칵테일을 주문한다. 함께 온 이와 무미건조한 대화가 오가고 몇 차례의 거짓 웃음도 흘린다. 시끄러워 무슨 말인지조차 알아듣지 못했는데,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이곳의 뜨거움과 분위기에 적당히 스며든다.
헤이, 같이 놀아요.
안녕하세요.
Do you like army?
배가고파 들어간 타코집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외국인 남자 무리들이 말을 건다. 키득키득. 뭐가 그리도 즐거운 걸까. 아, 심심하구나 군인아저씨. 이곳에선 모두가 들뜨고 신나는 표정이다. 시선조차 주지않고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데 집중. 역시 타코는 오밤중에 먹어야 제맛이지. 냠냠. 치즈가 잔뜩 들어간 퀘사디아에 탄산음료로 허기를 채운다.
매시간에 의미를 부여하지마.
가끔은 그냥 잉여스럽게 시간을 써.
친구의 말에 하루쯤은 복잡한 생각들을 털어버리자 마음먹는다. 거칠 것 없는 한량처럼 밤거리를 쏘다니는 것만으로도 흥에겨운 이시간. 마음만 먹으면 너도 나도 친구가 될 수 있지만, 길거리엔 술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초점없는 눈빛으로 외롭게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외로움이 가득한 이거리. 채우려 나왔지만, 비우고 돌아가야만 하는 이밤.
넌 결혼하지마,
그냥 혼자 즐겁게 살아.
결혼한 친구 둘이 서로 입을 맞춘 것처럼 이야기한다. 화려한 조명아래, 반짝이는 그녀들의 입술에서 슬픔이 묻어난다. 결혼하면 뭐든 다 해줄 것 같던 남자도 막상 결혼 후엔 다른사람이 되어버린다는 푸념섞인 한 마디에, 걱정마라고, 아직 결혼생각 없다고 입을 열었지만, 난 애초에 결혼에 대한 기대따윈 10%도 없었다.
오늘만큼은 자유롭고 싶어.
20대로, 누군가의 간섭없이.
그래,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마음은 그대로야. 법적으로 혼자가 아닐 뿐, 외로운건 마찬가지니까. 언제라도 친구는 필요하잖아. 의미없는 말을 주고 받더라도 오늘은 그냥 즐겁게 아무생각없이 웃고 떠들면서 다 잊어버리길. 술에 취해, 감성에 젖어 로맨스를 이야기하고 설레였다가, 웃기는 코미디 극을 봤을 때처럼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던 그녀들과의 토요일밤 데이트.
열두시가 되면 집에 들어가야해
신데렐라 컴플렉스
잠시 그녀들이 유부녀란 사실을 잊고 있었다. 가야지,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야. 짧은 만남이 아쉽지만, 돌아갈 곳이 있는 그녀들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집에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듯한 기분이다. 그래도 난 지금이 좋다. 나를 더 깊이있게 들여다 보는 시간, 지금은 다시는 못 올 감사한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