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상처를 이야기할 때

3분 소설, 개소리 하고 있네

by 김효정

가슴에 금이가는 소리.

그는 그녀에게 자신은 마음 병신이라고 했다. 심장이 고장났으니, 제대로 살기엔 글렀다고. 가슴에 한이 맺혔다고.


어떤말을 해야하나, 어떤표정을 지어야하나, 그녀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는 왜 지금 이런 순간에 이런 되지도 않는 말을 꺼내놓는걸까. 술을 먹지도 않았으므로 주정은 아니었다. 그는 오늘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다. 몰랐다. 모르고 있었다. 그가 가슴속에 얼마나 큰 돌덩이를 안고 사는지. 그 중압감이 얼마나 컷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서 그녀는 그와의 만남이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졌다. 지난 그의 연애에 다른 여자의 자리가 너무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연애는 잔바람 하나도 버티지 못하고 뽑혀버릴 연약한 나뭇가지 같았다.


바보같이 멍청하게 웃지만말고 현실을 깨달으라고 누군가 그녀에게 큰소리로 외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삶이 언제나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더냐. 행복은 늘 줄듯말듯 우리 근처에서 맴돌다가 잡으려고 하는 순간에 저만치 멀리 달아나버린다. 30대의 연애란 그렇다. 사랑이 사랑을 버텨내지 못한다. 상처와 포기를 반복하면서 현실을 알고 적당히 타협한 줄 알았더니, 실상은 현실에 순응하지 못한다.


늘 울고, 늘 아파하고, 힘들었던 날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가슴속 깊숙히 묻어 두었던 어두운 그림자의 한조각을 꺼내, 다시 초라해지고 비겁해진다. 아무렇지 않은척 해도, 아픔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 한켠에 내재되고있다.


그녀는 가슴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비수가 되어 칼날이 되어, 그의 이야기가 자꾸만 생채기를 남기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가장 화가 났던 것은 '존재'의 문제였다. 그에게 그녀는 어떤 존재인가. 그저 지난날의 아픔을 묻어버리기 위한 수단이었나.


누구도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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