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연애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by 김효정

일요일 오후, 홀로 남겨진 나는 오랜만에 벅스에 접속해 뮤직박스에 담아둔 노래를 틀었다. 크게 볼륨을 높이고 창문을 열어젖히고 청소를 시작했다. 눈부신 날씨였다. 청소는 내가 즐기는 유일한 취미이자 낙이다.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내고 좁은 방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살고 있는 느낌이 드니까. 마음에 드는 노래의 가사를 따라 흥얼대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는 것으로 쓸쓸했던 마음이 한가득 따뜻하게 채워졌다.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아직은 잘 모르잖아요. 사실 조금은 두려운 거야. 그대 미안해요. 우리 약속하지 말아요. 내일은 또 모르잖아요. 하지만 이 말 만은 진심이야. 그대 좋아해요. 아무것도 묻지 말아요. 대답할 수 없어요. 지금 이렇게 둘이 행복한데 왜. 날 가지려 하지 말아요. 그저 이대로 조금만 있어요. 갈수록 더 마음 아파지게 왜. 잦은 만남 뒤엔 이별 계속 반복되는 시련 더는 의미를 찾을 수 없어."



나는 이 노래를 왜 이제야 듣는 걸까. 2015년 여름에 발매되었던데, 왜 몰랐는지... 좋아서 몇 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빅뱅도 이런 노래를 부르는구나.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은 우리의 삶에, 아니 우리들의 사랑에 딱 어울리는 가사라고 생각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쿨의 '슬퍼지려 하기 전에'가 떠올랐고, 성시경의 '안녕 내 사랑'을 되새김질했다. 신나는 비트에 슬픈 가사라니.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슬픈 현실과 그대로 웃음 지어야 하는 쓸쓸한 인간의 모습에 연민이, 느껴졌다.


선배, 나는 그 사람이 불쌍해

선배와 술을 마시면서 나는 나이 드니까 연민이 사랑의 참모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가여움, 연민이었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 나름의 사연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사람들이 가여워졌다.

특히 나라는 존재 하나로 웃음 짓는,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난 그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늘 아빠를 이야기할 때마다 그 단어를 꺼냈다.


내가 뭐라고, 나 없으면 못 살 것 같다고 하는데... 얼마나 불쌍하던지.

그렇게 도시에서 살면서 흙 한번 제대로 만져본 적 없었던 엄마는 시골 농부 아빠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지금의 연애, 결혼과는 매우 동떨어진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연민이라는 감정이 사랑의 일부분으로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게 되면, 그 연민이라는 것이 매우 크게 작동하는 것 같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저릴 만큼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면, 내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밉던 사람도 자는 모습은 아이처럼, 천사처럼 느껴진다면, 이미 당신은 연민을 아는 사람일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를 짊어지고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우리 엄마, 아빠 시절의 그런 연애와 결혼관이 지금 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처럼. 당신뿐이라는 속삭임도, 사랑한다는 맹세도 영원하지 않다. 우리의 인생이 영원하지 않듯이, 사랑이라는 것도 한순간 짧은 단편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할까. 5월, 붉은 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핀 계절이다. 그 붉은 모습에 반해 가까이 다가가지만, 이 꽃의 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꽃 같은 연애, 꽃 같은 사랑.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사랑하는 건 바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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