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

by 김효정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을 비비며 더 정겹게 살 수 있었을까.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같이 있고 싶고. 함께 있어 행복한 시간이 영원처럼 지속될 것 같다가도, 또 어느새 불안해지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은 나뿐만은 아니겠지. 아무리 돈독한 관계라도 언젠가는 다가올 이별을 예상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한다는 것, 우리는 어쩌면 슬픈 미래를 적당히 적응하려 무감각해진 것은 아닐까.

홀로 생활한 지 10년이 되어간다. 갑자기 오늘, 예고 없이 독립을 선언했을 때 엄마의 쓸쓸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결혼하고 싶어?
아니, 가족을 갖고 싶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자에게 필요한 건 남자가 아니라 삶에 안정을 줄 수 있는 무언가였다. 안정. 안정이라는 것은 불완전한 우리의 삶에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이었다. 자유로운 것을 즐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늘 같은 것이 자리한다. 편히 쉴 곳. 울타리. 내편.

정신이 나약해지고 인생이 즐겁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안정이라는 것은 마치 거스를 수 없는 중력처럼 나를 끌어당긴다. 젊고 예쁠 때 여자가 세상에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이던가. 하지만 그 젊음이란 것은 영원할 수 없고. 언젠가는 어딘가에 처박혀서 잘 입지 않는 티셔츠처럼 그렇게 잊혀버리고 말겠지. 우리 모두는 그렇게 안정된 무언가를 찾아서 헤맨다. 무의식의 순간에서도 손에 꼭 쥐어야 하는 본능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것은 함께하는 삶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단단함이다.


"나 버리면 안 돼."

"널 왜 버려. 물건도 아닌데."


언젠가는 떠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은...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기도 한다. 한 사람의 마음 가지고 끝까지 지속할 수 없는 것이 연애, 남녀관계 아니던가. 영원을 약속했지만, 관계가 꾸준히 지속되지 않는다고 그 관계를 감히 가볍다 할 수도 없는 일.

그래도 신의를 지키는 일은 우리가 사는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인가. 힘들었던 시절을 공유하고 자신의 일상을, 소소한 이야기를 함께 가지고 간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미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나 나름대로 '버릴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버릴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자꾸 욕심내고 끌어 당기면서 내것이라고 규정짓는 바보같은 행동을 계속해서 해왔던 것이 분명하다. 생각에서 더 자유롭고 싶다. 평범한 여자들이 찾는 안정에서 조금 동떨어진 곳에 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마찬가지로 그런 소속감이나 안정감. 그리고 보호막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 누구보다 더 탄탄한 울타리를 가지고 싶었는지도. 한사람에게 집중하면서 한 곳만 바라보는 삶을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는 이런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지금.

치킨에 소주나, 오늘 초복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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