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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Feb 25. 2024

찬란한 어린 시절의 베프: 아빠

상담교사 아빠로 살아남기

하루종일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 사람이 보내는 애정과 관심에 감사하지만 때로는 부담스러운 순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우리 아들!


오전 일곱 시가 되면 스리슬쩍 일어나 내 몸을 깔아뭉개며 아침이 왔음을 알린다. 내 얼굴을 바라보며 거실로 나가자고 칭얼되는 아들은 내가 일어나 주기를 바라며 뽀뽀, 간지럼, 알람 작동, 배 위로 올라오기 등 잠을 깨우는 수 만 가지 방법을 터득해 냈다. 그때부터 잠들 때까지 갖가지 놀이를 제안하 때로는 '아빠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자며 선심 쓰듯 재미있는 놀이를 제안하라고 암묵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럴 때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아빠 조금 쉬다가 하면 안 될까?"이다. 내일은 다시 재미있게 놀아주리라 다짐하지만 아이 눈높이에 맞춰 하루종일 놀이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 아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고 했던가? 우리는 아이와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영원한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창하지만 부모가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목표는 아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 잘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이가 성장하며 자립심과 독립심이 생기는 것은  긍정적인 사건이고 나이가 들어서 부모에게 너무 의존적인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 발달시기에 맞게 잘 자란다는 것은 점차 부모와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더 발생하게 됨을 의미한다. 기쁜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음 한편이 섭섭한 일이다. 그렇기에 아이가 나에게 안기고, 칭얼대고 함께 놀자고 제안하는 시기는 긴 인생에서 10년 내외의 기간으로 생각보다 짧은 시간인 것이다.


지금 내가 귀찮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돌봐주어야 하는 영유아 시기는 어쩌면 인생에서 부모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화려하고 찬란한 시기이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토록 순수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본 적 있었던가? 순수한 눈망울과 사랑 고백, 소중한 간식을 나눠주는 작은 손, 작은 몸짓에도 나를 향해 까르르 웃어주는 리액션, 나의 뒤만 졸졸 따라오는 귀여운 발걸음까지.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찬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랑받는 아빠임을 잊지 말자. 어쩌면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보다 아이가 부모에게 보내는 사랑이 더 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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