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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Mar 07. 2024

초1 학부모의 불안

상담교사 아빠로 살아남기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전 떨린다는 아들의 말을 듣자 나도 마음 한편이 떨려온다. 입학식에 가보니 모두 물가에 내놓은 자식 마냥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걱정 어린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자녀의 입학을 두고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걱정 실제도 많다. 수업시간에 화장실 간다고 잘 말할 수 있을까? 친구들을 잘 사귈 수 있을까? 자녀를 괴롭히는 아이가 있으면 어떻게 하지? 수업이 어렵지는 않을까? 자녀가 적응을 힘들어하지 않을까?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하다 보면 열 가지가 아니라 백가지도 더 고민할 수 있다.


'불안에 대한 불안은 불안을 증가시킨다'는 말이 있듯, 입학하는 자녀를 두고 불안한 생각들은 하나둘씩 떠올리게 되면 그 불안한 마음 때문에 불안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그렇게 지나친 걱정을 하다 보면 부모는 객관적으로 자녀의 학교생활을 보게 되기보다는, 앞선 걱정에 과잉보호하게 되고,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보호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지나친 걱정은 항상 자녀로부터가 아닌 내 안의 경험 혹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학교에서 학부모님을 상담하다 보면, 학교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고, 상담과정에서 과거 학교생활에서 큰 불만이나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의 학창 시절에 담임교사가 체벌을 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지도했다던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적응이 어려워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던지 말이다.


이러한 경험을 한 학부모는 자녀에게 똑같은 경험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학부모는 자신과 약간이라도 비슷하거나 비교적 사소한 사건을 만나게 될 때도, 과거 자신의 경험으로 인해 마음의 도화선에 불이 붙게 되고, 교사에게 공격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학교폭력으로 쉽게 신고할 수도 있다. 이는 자녀의 문제라기보다는 해결되지 않은 본인의 사건과 감정으로부터 시작된다.


물론 명백한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의 경우는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하고, 자녀가 심각한 따돌림이나 부적응을 겪고 있다면 부모로서 적절하게 나서 자녀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녀의 학교생활에 늘 자녀보다 앞서 있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과거 학교생활에서 좋지 못한 경험을 했을지라도, 나의 자녀는 나보다 더 잘 적응할 것을 믿고 신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초1 부모로서 조금은 뒤에서 소극적으로 도우면서, 학교 적응의 어려움을 공감해 주고, 같이 해결방안을 고민해 본다면, 자녀 스스로 문제들을 잘 헤쳐나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교생활을 하는 자녀를 보며 나와 동일시하지 않는 것. 그리고 과거의 자신보다 자녀가 더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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