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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May 22. 2024

초1이 되니 아들이 낯설어졌다

상담교사 아빠로 살아남기

양육을 하다 보면 항상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항상 나의 생각보다 아이의 성장속도가 더 빠릅니다. 그럴 때면 나는 부모로서 '또 한 뼘 자랐구나'라고 생각하며 자녀의 새로운 모습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려고 노력합니다.


올해 아이가 초1이 되니 확실히 변화하는 점이 이전보다 많습니다.


먼저 장난감을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습니다.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게 되며 대부분의 장난감은 정리했고, 예전에 좋아하던 카 같은 변신 로봇과 레고 정도만 남아있어요. 하지만 이조차도 소장용일 뿐 가지고 놀지는 않습니다. 대신 아이의 손에는 연락용으로 사준 핸드폰이 쥐어졌고, 연락의 용도 이외에는 모든 기능이 막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핸드폰이 생겼다는 사실이 그리 좋은지 틈만 나면 만지작 거리려 합니다. 그래서 사용시간을 30분으로 잠가놓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당황스러운 점은 원치 않는 가족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우리 부부가 결정해 주말에 "여기 가볼 거야"라고 말하면 순순히 따라왔었는데, 이제는 원치 않으면 싫은 티를 팍팍 냅니다. 산책 중 쇼핑을 하러 옷 가게에 들어가면 가기 싫다고 하거나 자신은 밖에서 기다리면 안 되겠냐고 물어옵니다. 근교에 식사를 하러 나가자는 제안에 딱히 재미가 없을 것 같으면, 그냥 집에 있자고 말하기도 합니다. 해서 우리 부부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같이 나누며 아들의 의견은 어느 정도 반영해 줄 수 있으나 가족구성원으로 꼭 함께해야 하는 일정들이 있음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또 놀라운 점은 외출해서 순간 사라질 때가 있다는 것입니. 예를 들어 화장실에 함께 갔다가 먼저 나가면서 "나 엄마에게 가 있을게"(꽤 먼 거리에 있음)라고 한다던지 같이 자전거를 타면 멀리 떨어져 앞서간다던지 하는 일입니다. 내 생각 속 아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겁이 많고 항상 내 손을 잡거나 근처에 있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시기도 지난 듯 합니다.


친구와 문자메시지 내용을 숨기려고 하고, 자신만의 비밀이 생겨 말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초등학생이 되어 부모로부터 더 자율성을 갖고 주도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부모로서 당황스럽지만 아이의 행동에 잘못된 점은 없으므로 받아들이고 또 적응해 가고 합니다.


사랑한다고 늘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조금씩 멀어지는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친구들과의 약속 스케줄을 부모가 일일이 다 알고 있는 것은 자녀를 너무 어리게 보는 것이라 했습니다. 아쉽지만 우리가 꼭 붙어있을 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아이는 오늘도 성장 중입니다. 나도 아이의 성장속도에 라 조금씩 나의 역할을 옆자리에서 뒷자리로 조정해 주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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