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론칭한 '인간적으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인 이동진 평론가는, 문화권마다 사후세계를 다르게 상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옥을 서구에서는 주로 지옥을 불지옥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아브라함계 종교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사막에서 태어난 종교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지옥을 사막처럼 뜨거운 공간으로 연상하는 것입니다. 반면, 알래스카의 이누이트족은 지옥을 얼음호수로 상상한다고 합니다. 추위가 그들에게는 가장 큰 공포이기 때문입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에 은하수를 건넌다고 믿었는데, 이는 밤하늘의 은하수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나일강과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은하수를 통해 그들은 나일강을 떠올렸던 것입니다.
이처럼 한 개인은 자신이 겪은 삶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양육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모님의 경험이 자녀 양육에 많이 반영되며, 그 경험은 주로 부모님의 ‘결핍’과 닿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는 자신이 경험한 결핍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이는 자녀를 통해 내가 경험한 좌절과 결핍을 만회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와 같은 행동을 통해 지금도 나의 결핍된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로서 자신과 자녀의 욕구를 잘 구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경험한 삶의 경험을 통해 자녀의 삶을 상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의 결핍은 어린 시절, 가족 안에서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저에게 자녀가 생기자, 가족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했습니다. 쉬는 날이면 나들이를 가고,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녀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의 결핍에서 비롯된 바람이지, 자녀가 원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의 생일이 다가옵니다. 생일날 특별히 어떤 활동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니, 아들은 함께 집 앞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맛있는 초코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생일선물은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부모가 자녀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 그대로 부모가 좋다고 느껴서 자녀에게 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녀가 원하는 ‘최선’은 아닐 수 있습니다. 물론 특별한 날에 여행을 떠나거나 거창한 선물을 받는다면, 자녀는 그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원하는 것과 자녀가 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며, 그 차이를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성숙한 부모가 되는 길입니다.
결국 자녀는 자녀이지, 자녀는 내가 아닙니다. 우리는 명백히 서로 다른 인격체이며, 지금도 각자 다른 생각과 다른 삶의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