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글도 쓰려던 차에, 뒷자리에 세 사람이 앉아 수다를 시작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대화 내용이 모두 들려온다. 한 여자는 주말에 애견카페에 갔는데 비가 많이 와서 사람들이 몰려 불편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다른 남자는 국회위원 보좌관까지 올라간 아는 지인의 성공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다른 남자는 자신이 초빙한 강사의 강의내용이 기대와 달리 별로였다고 이야기한다.
원치는 않았지만 뒷 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의 이야기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함께 모여있는 것이며, 과연 서로의 이야기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필시 이들은 직장동료 관계이며 점심시간을 틈타 잠시 커피 한잔을 하러 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로 관심이 없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열심히 늘어놓을 수 있는 것인가라고 혼자 생각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에도 급급한 매우 짧은 시간일 것이다.
가끔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은 없는 대화의 현장이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간은 말하기를 할 때 뇌의 쾌락중추가 활성화된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하며 자기 자신이 누군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다. 더불어 쾌감까지 느끼게 된다니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자신의 허물이 될 수 있는 비밀까지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모임 후에 비밀을 털어놓은 것을 뒤늦게 후회할지라도 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쾌감이 큰 나머지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을 간직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은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반대로 듣기를 잘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고 훈련이 필요하다. 상담사는 잘 들어야 한다. 한 두 시간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잘 듣는 것만으로 녹초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듣는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며 상대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또한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주고 나의 경험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담자는 치유될 수 있다.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콘텐츠가 범람하며 토크쇼가 많아진 요즘, 진행을 잘하는 MC는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경청해 주는 사람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거나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은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 상대방의 말속에 그 사람이 원하는 욕구와 감정, 좌절과 기대 등이 모두 들어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