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은 아마도 밤 9시~새벽 3~4시쯤이었을 것이다. 가게 이름에 포차가 들어가는, 매운갈비찜이 메인메뉴인 작은 술집이었다.
사장님은 30대 중후반의 남자였고 종종 여자친구가 놀러와 가게 일을 돕곤 했다.
2층 좌석도 있는 곳이라 음식이나 빈그릇들을 들고 오르내려야 할 때면 바짝 긴장되곤 했다.
메뉴 중엔 한입크기로 잘라서 나가는 스테이크 같은게 있었는데 간혹 2층 테이블을 치울 때 손님들이 남기고 갔다면 아싸!를 외치며 몰래 한 두 점씩 집어먹기도 했다.
알바하는 시간은 하루종일 집에 있다가 유일하게 외출하는 시간이었기에 출근하기 전엔 몇 벌 되지 않는 옷을 가지고 고민하며 머리를 묶었다 풀었다 거울 앞에서 한참 동안 앉아있기도 했다.
단골 손님 중엔 운동부에서 열명 쯤 단체로 오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 중 아저씨 한 명은 내가 서빙을 갈 때마다 번호를 물었고, 옆에 앉은 남자 한 명은 바람을 넣곤 했다.
난처해서 웃으면 좋아서 웃는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언젠가는 남녀 두 명에 어린 남자아이 한 명이 손님으로 왔었는데 그들의 대화를 조금 엿듣게 되었다.
잔뜩 술에 취한 남자는 고개 숙이고 앉은 남자아이에게 말했다.
"야, 너 나한테 아빠라고 부르기가 싫어? 불러보라고."
여자는 말이 없었고 아이는 두려운 듯 했다.
나는 아무 힘도 없는 주제에 계속 그 테이블이 신경쓰여 힐끔힐끔 바라볼 뿐이었다.
출퇴근은 자전거를 타고 했는데 술취한 남자가 길에 앉아 있거나 하면 그 앞을 지나가는게 어찌나 긴장되는지 전속력으로 페달을 밟아 달리곤 했다.
어느 날 퇴근시간이 거의 다 됐을 무렵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오늘 내가 먼저 좀 가봐야 하는데... 저기 마지막 남은 테이블 좀 끝나면 퇴근할 수 있을까?"
1층을 거의 다 차지한, 열 명쯤 되는 단체손님이었다. 술병이 테이블 사이사이를 빼곡히 채웠고 손님들은 반쯤은 잠에 빠져 언제 일어날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사 손님들이 바로 나간대도 테이블을 다 치우는데만도 시간이 한참 걸릴 듯 했다.
하지만 나는 하라는 대로 해야하는 줄 아는 순진한 알바생이었다. 뒤늦게서야 진리처럼 느끼게 되었는데 그런 순진함은 그걸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아주 잘 보이는 법이었다.
사장님이 퇴근하시고 난 뒤 혼자 카운터에 앉아 멍하니 마지막 테이블을 보고 있었다.
스마트폰도 없던 때였는데 나는 그 때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더라
이따금씩 졸기도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손님 몇이 담배를 피울 겸 밖으로 나간 듯 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가게 앞을 지나던 사람들과 시비가 붙은 듯 했다. 싸움은 생각보다 커져 몸싸움으로 번졌고, 누군가의 얼굴에서 피가 흘렀다. 경찰이 왔고, 서로의 잘잘못을 따져가며 소란을 잦아들 줄을 몰랐다. 피를 흘리던 사람은 자신의 이가 나갔다며 빠진 이를 주워서 들고 다녔던가.
나는 카운터에서 조금 벗어나기만 했을 뿐 그 가까이로 다가가지 못했다.
한창의 소란이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 혼자 테이블을 치우며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다. 얼른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데, 여기에 계속 있기 무서운데 치울 게 왜 이렇게 많은지. 몇 방울 떨어진 핏자국에 잠시간 몸이 굳기도 했다.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한탄도 했던 것 같고, 조금은 울기도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