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출근할 회사가 아니라 머물 곳이 필요했다
10일 차.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재직 시에는 6시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양복을 입고 출근했습니다. 이제는 갈 곳이 없습니다. 눈을 뜬 채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 보니 어느새 오전 10시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것이 아니라, 흘려보낸 느낌이었습니다.
대충 씻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 햇살이 눈부셨습니다. 아직도 이 밝은 낮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잠시 서 있었습니다. 모두 목적지가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습니다. 이 친구 역시 S기업에 다니다 해임 통보를 받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뭐 하냐?”
“갈 곳이 없어서 지인 사무실에 책상 하나 놓아달라고 했어. 아니면 학원을 다녀야 할까 고민 중이야.”
며칠 전, 저 역시 아침 일찍 스타벅스에 간 적이 있습니다. 갈 곳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집에 있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앞에 두고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며 잠시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한두 시간이 지나자 눈이 아프고 허리가 불편해졌습니다. 할 일이 없었고, 목적이 없었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소지품이 신경 쓰였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것도 미안했습니다. 결국 다시는 카페에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저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일’이 아니라 ‘갈 곳’입니다. 어떤 선배들은 셋이 돈을 모아 오피스텔을 빌려 출근하듯 다닌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스터디 카페에 등록해 하루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무엇인가를 집중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출근할 회사가 아니라, 하루를 보낼 ‘장소’는 어디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