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다

28회 멈춘 시간이 아니라, 정리 중인 시간

by 베풂과 행복

28일 차.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일상으로 복귀했다고 말할 수는 있었지만, 그 일상이 무엇인지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집은 익숙했지만, 하루의 리듬은 아직 낯설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피로가 아니라 공백이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여행이 끝나면 곧바로 출근 이후의 일정과 회의,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자동으로 머리를 채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무엇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생각보다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시차는 몸보다 마음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늦은 밤에 잠에서 깨어 새벽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낮 세 시쯤이 되자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낮과 밤이 뒤섞인 상태처럼, 제 감정도 잠시 기준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선배님들의 조언에 따라 매일 사람들을 만나기로 한 결정이었습니다. 점심이나 저녁 약속이 이어졌고, 오후에 정해진 시간에 나갈 수 있는 모임 하나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 약속이 하루의 기준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 일정이 하루 전체를 붙잡아 주지는 못했지만, 공허함을 키우지는 않았습니다. 잡념이 줄어들었고, 하루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회사를 떠났다는 사실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자리에 들어섰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일렀습니다. 저는 끝과 시작 사이, 그 중간에 서 있었습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하루하루를 흘려보내지 않고 잡아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차이는 작았지만, 분명히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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