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함께 만든다.

by 블록군

디지털 버전이요?

첫번째 펀딩을 진행하면서 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 이런 메시지는 마치 수백권을 펀딩한 기분과 같다. 행복하고 감사하고 어렵지만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응원 메시지 뿐만 아니라 개선 아이디어나 조언의 메시지도 있었다. 그 모든 메시지 하나 하나가 보물과도 같다.


그 날도 텀블벅 메시지에 들어갔다. 메시지가 있었다. 다음과 같은 메시지 였다.

"안녕하세요. BLOCK 창작자님. 우연히 텀블벅에서 블록 플래너를 만나고 정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딱 제가 찾던 그런 플래너예요. 당연히 펀딩도 했습니다. 너무 기대하고 있어요. 그런데 혹시 디지털 버전은 만드실 계획이 없는지 궁금해서 메시지 드려요. 저를 포함해서 요즘에 많은 분들이 아이패드에서 플래너나 다이어리를 쓰고 있거든요. 블록도 디지털 버전으로 나온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가 잠깐 머뭇했다. 디지털 버전? 앱을 만들어 달라는 말씀 인가? 답장을 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BLOCK의 가치를 알아봐 주시니 정말 행복합니다! 정말 OO님의 집중성과와 하루 하루를 더 의미있게 만드는데 BLOCK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디지털 버전이 앱을 말씀 하시는 건가요? 사실 BLOCK은 처음부터 앱으로 제작할 것을 의도하고 제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앱으로 제작하려면 조금 시간이 거릴것 같아요. 우선은 플래너로 기반을 잘 닦은 후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활용하실 수 있는 앱으로 제작할 계획입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답장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제가 말씀 드린건 앱이 아니고, 아이패드 굿노트 5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거예요. 요즘에는 굿노트에서 디지털 플래너를 많이 쓰거든요. 그런데 BLOCK 자체 앱으로도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긴해요! 우선은 굿노트에서 쓸 수 있는 속지 형태로 말씀 드렸어요~"

굿노트? 난 굿노트가 뭔지도 몰랐다. 앱 스토어에 '굿노트 5'를 검색했다. 필기 앱이었다. 약 1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그런데 리뷰만 무려 1만개가 넘었다. 누적 다운로드는 100만회가 넘는 인기 앱이었다. 검색을 해서 살펴봤다. 아이패드에서 애플펜슬을 사용해서 필기하거나 플래너를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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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펜슬로 필기한 이미지를 살펴봤다. 놀라웠다. 일반 종이에 연필로 쓴 것과 다를바 없었다. 오히려 더 잘 쓰고, 정리한 것도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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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장 그래서 어떻게 블록을 굿노트에서 쓸 수 있게 만들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그런데 리서치를 해보니 생각보다 간단했다. 굿노트에서 PDF를 불러와서 그 위에 작성하는 시스템이었다.


종이 플래너를 만들때도 인 디자인(어도비의 편집 프로그램)으로 디자인을 하고, PDF로 제작해서, 인쇄 업체에 보낸다. 디지털 플래너는 PDF로 제작해서, 고객에게 보내면 되겠다 싶었다. 그럼 고객이 자신의 굿노트에서 블록 플래너 PDF 파일을 불러오면 자신의 아이패드, 갤탭에 블록 플래너가 들어오는 것이다.


놀라웠다. 일단 보내는 것은 이메일로 보내면 되니 배송비도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종이처럼 제작을 할 필요도 없다. 기존의 플래너는 제작하는데 1개월은 족히 잡아야 한다. 그런데 디지털 플래너는 이 제작기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마법과 같다. 판매 금액 자체가 순수익이 된다. 스티브 잡스는 정말 세상을 바꿨다.


나는 정말 느린 사람이다. 찾아보니 디지털 플래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있고, 대부분의 플래너 업체는 디지털 버전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고객님의 메시지 덕분에 'BLOCK 디지털 플래너'가 태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디지털 플래너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든 판매할 수 있다. BLOCK을 기획하면서 몰스킨이나 프랭클린 플래너, 불렛 저널처럼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사용하게 만드는 꿈을 꿨다. 디지털 플래너는 그것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못하고 있는건... 올해 안에는 꼭 시작하겠다)


중요한 것은 내가 써봐야 하는 것이었다. 백수인 나에게 아이패드를 사는 것은 어려웠다. 당근마켓에서 아이패드 프로 1세대 9.7인치와 애플 펜슬 1세대를 구입했다. 아주 저렴하게 구입했다. 그리고 바로 제작했던 PDF 파일을 불러와서 사용해봤다. 화면 비율등이 맞지는 않았지만, 애플 펜슬의 감촉과 필기력은 정말 놀라웠다. 1세대 임에도 말이다.


사실 내가 직접 써보기 전에는 '이걸 쓴다고?' '다들 잠깐의 호기심이겠지' 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직접 써보니 내 상식이 깨지고 있었다. 기술의 발전은 놀라웠다. 물론 아날로그 파인 나에게는 연필에 종이가 아직도 최적이다. 하지만 그것 못지 않은 필기력과 기능은 상상을 넘었다. 만약 지금 어린 친구들이 아이패드에 애플펜슬로 쓰는 것을 먼저 시작한다면, 그들에게는 이게 기본 필기 도구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BLOCK 디지털 플래너를 만들다.

자신감을 얻었다. 디지털 플래너도 제작하기로 했다. 방법은 역시 텀블벅 펀딩을 활용했다. 종이 플래너는 제작 환경과 예산 문제가 항상 있어서 시도를 최소화 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비해 디지털 버전은 무엇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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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디지털 버전의 첫번째 펀딩을 진행했다. 총 175분께서 후원해 주셨다. 디지털 버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분기별로 계속 제작하면서 블록 플래너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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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는 4분기를 목표로 BLOCK 디지털 플래너의 글로벌(영어권)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종이 플래너 였다면 수년 뒤에나 가능했을 일이다. 잘될지 안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은 고객이 보내주신 메시지에서 시작 됐다. 고객의 메시지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보물이 숨겨져 있을 지 모른다.


그러니 고객의 한마디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BLOCK 대시보드를 만들다.

어떤 고객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주셨다.

안녕하세요. 이 블록 플래너는 노트북으로 이용이 불가할까요? ㅠㅠ 노트북 엑셀이나 이런걸루 이용해 보고 싶은데 궁금해서요~

엑셀로 BLOCK을 쓰고 싶다는 것이었다. 엑셀로 쓴다고? 디지털 플래너는 펜슬이 있어서 글씨 쓰듯 하면 된다. 그런데 엑셀로 쓰면 어떻게 해야지?


그런데 찾아보니 엑셀 플래너도 그 종류가 다양했다. 직접 손으로 쓰는 것보다 키보드를 이용해서 작성하는것이 편한 분들께서는 이미 많이 쓰고 계셨다. 엑셀의 장점을 녹여서, 일반적인 플래너에서는 고안하기 어려운 기능 (집중 시간 자동 계산등..)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나는 엑셀을 잘 모른다. 아주 기본적인 것만 안다.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블록 플래너의 엑셀 버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기본이 되는 페이지를 그대로 엑셀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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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떠올랐다.

BLOCK SIGN을 미리 만들면 보다 작성이 편리해질 것 같았다. 리스트 기능을 배웠다. 아래처럼 BLOCK의 성격을 리스트에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확실히 이런 자동화 기능은 엑셀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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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원하시는 것은 일단 이정도 였다. 그런데 배우면서 하나씩 제작하면서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엑셀 플래너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자동화 였다.


또 아이디어가 꼬리를 물었다.


블록 플래너는 하루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숫자로 적는다. 주요 루틴 시간(MY TIME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기상, 출근, 퇴근, 취침 시간)을 적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숫자와 시간이다.


엑셀이면 이 숫자를 계산해서 최대값, 평균값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번 주, 이번 달의 평균적으로 얼마나 집중했는지, 평균 MY TIME은 어떤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이 값들을 그래프로 보여준다면 더 명확하지 않을까?


그렇게 BLOCK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몇 가지 필요한 기능을 배웠다. 머리속에 그린 대시보드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BLOCK의 활용성을 높여줄 수 있는 기능을 담았다. 예상하지 못한 수확이었다.


현재는 아래 그림처럼 월 단위로, 집중 시간과 루틴 시간 평균을 계산한다. 그래프로 보여준다. 대시보드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수준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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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CK 대시보드


하지만 BLOCK 대시보드는 BLOCK 플래너가 단순한 플래너가 아님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무엇보다 처음 아이디어는 플래너가 아니라 BLOCK 앱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대시보드를 확장해가면 이후에 만들 BLOCK앱을 미리 그려볼 수 있다.

이것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수확 이었다.


만약 이 고객분들의 메시지가 없었다면 블록 엑셀 버전도, 대시보드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아이디어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객은 때론 나의 마케팅 동료가 되기도 한다. 예상 못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고객과 함께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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