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최고의 마케터다.

by 블록군

고객지원(Customer Service)의 끝판왕, 자포스(Zappos)

개인적으로 브랜딩의 롤모델로 삼는 브랜드가 있다. 미국의 온라인 신발 및 의류 판매 브랜드인 자포스(Zappos)다.


자포스의 마케팅은 고객이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말 뿐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철학과 텔레 마케터의 자부심을 키운 CEO 토니 셰이(Tony Hsieh)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2000년에 160만(한화 약 19억) 달러에 불과하던 연매출은 2010년에는 10억 달러(한화 약 1조2천억)를 돌파했다.


2009년 아마존이 1조원이 넘는 거금으로 자포스를 인수 하면서 자포스는 더욱 유명해졌다. 아마존이 자포스를 인수한 목적은 온라인 의류, 신발, 액세서리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큰 이유이자 회자가 됐던 것은 제프 베조스가 밝힌 자포스 인수의 이유였다.


자포스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브랜드다. 이 점이 아마존의 철학과 같다.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아마존과 자포스는 함께 성장을 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만큼 자포스는 고객 만족에 대해선 둘째 가라면 서러운 브랜드다. 토니 셰이는 “자포스는 신발 판매업을 하고 있는 서비스 컴퍼니”라고 자포스를 정의한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자포스는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직원들의 애사심이 강하고 가족 같이 친밀한 직장 분위기로 유명해졌다. 또한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는 자포스만의 전설같은 고객 스토리를 탄생시켰다. 그 중 한 스토리를 들어보자.


한 여성이 몸이 아픈 어머니를 위해 자포스에서 신발을 구입했다. 그런데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얼마 뒤, 뒷정리로 분주한 그녀에게 이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판매업체쪽에서 구입한 신발이 잘 맞는지, 마음에 드는지 묻기 위해 보낸 메일이었다. 상실감에 빠져 있던 그녀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답장을 썼다. “병든 어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구두를 샀던 것인데 어머니가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구두를 반품할 기회를 놓쳐버렸네요. 그렇지만 이제 어머니가 안 계시니 이 구두를 반품하고 싶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될까요?” 그러자 곧바로 업체에서 답장을 보내왔다. “저희가 택배 직원을 댁으로 보내 반품 처리를 해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사례는 이시즈카 시노부가 지은 ‘아마존은 왜? 최고가에 자포스를 인수했나’라는 책에 담긴 내용이다. 이 책에 따르면 자포스는 반품할 경우에 요금은 무료지만 고객이 직접 택배를 불러 물건을 보내야 하는 것이 기본 정책이다. 그러나 자포스는 고객을 위해 정책을 어기면서까지 직접 택배 직원을 보내 물건을 반품하도록 조치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날 이 여성에게 한 다발의 꽃이 배달됐다. 꽃과 함께 배달된 카드에는 어머니를 잃고 슬픔에 빠진 여성을 위로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꽃다발과 카드는 자포스에서 보낸 것이었다. 여성은 “감동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받아본 친절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이었습니다. 혹시 인터넷에서 신발을 사려고 하신다면 자포스를 적극 추천합니다”라며 자신이 감동받은 사연을 전했다. (고객과 직원이 행복해 지는 기업 자포스 중, 출처 : 시사매거진)


이런 스토리 하나는 어떤 마케팅 캠페인 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자포스에서 판매하는 신발의 품질이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빨리 배송을 하는지 같은 고객 편의성과는 별개로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인다. 스토리의 힘이다. 비트윈을 예로 들어보면 비트윈의 장점을 계속 어필하는 것보다 실제 고객이 비트윈이 두 사람이 연애하는데 어떤 큰 도움을 받았는지를 진심있게 이야기 하는것이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런 진심은 고객에 대한 브랜드의 진실된 자세에서 시작된다. 이런 자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포스에서는 고객의 자발적인 스토리가 계속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토니셰이가 쓴 딜리버링 해피니스는 자포스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고객에게 기쁨을 배달한다는 철학을 키워가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다. 그 기쁨은 고객을 자포스의 팬으로 만든다. 팬이 된 고객은 자발적인 자포스 마케터, 고객센터가 된다.


그만큼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고객은 브랜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을 무시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브랜드는 없다.


나는 약 7년동안 커플앱 비트윈의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다. 비트윈과 고객의 관계는 정말 끈끈했다. 이런 브랜드를 경험한 것은 나에게는 큰 자산이다. 인력,자산 모두 부족한 스타트업에서 고객의 역할은 한계가 없다는 점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객의 한계를 키우는것이 마케터의 역량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BLOCK을 만들면서 행복할때도, 힘들때도, 포기하고 싶을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것으로 내가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솔직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당장에 회사로 들어가면 편하게 만족할 만한 월급을 받고 편하게 살 수 있다. 그런데 돌아가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를, BLOCK을 응원해주는 고객이 있었다.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는 고객이 있었다.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는 고객이 있었다. 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만큼 소중하다. 망해가는 브랜드를 살릴 수 있는것도 고객의 한마디에 숨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아직은 볼것 없는 작은 브랜드지만 난 고객의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으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그냥 넘긴 말 한마디가 다음에 볼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준다.


날카로운 지적은 처음에는 아프다. 하지만 브랜드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 내가 놓친 부분까지 찾아봐주고, 이렇게 열심히 써줄까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고객과 이야기 하는 것인지 동료와 이야기 하는것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혼자 만들고 있지만, 난 혼자가 아니었다.


블로그에 BLOCK에 대한 포스팅을 직접 올려주시는 분도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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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을 소개하는 영상을 직접 제작해주신 고객도 계셨다. 다음과 같은 메시지와 함께.

안녕하세요. BLOCK 정말 잘 쓰고 있습니다!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초창기부터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약간 작은 후기 및 광고 아닌 알림 영상을 제작해 보았습니다. https://youtu.be/5iFP1Ax31Ek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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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를 한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이렇게 영상을 만들고 포스팅을 올려주신다. 이런 고객분들을 만나면 그 기분은 정말 뭐라 말 할수 없다. 모두 BLOCK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응원해주신다. 조금이라도 응원을 해주고 싶어서 이런 수고를 해주시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도 올려주신다.

물론, 많은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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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수만명이 이렇게 해주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내가 BLOCK이란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갈 원동력이다. 무엇보다 동료와 같다. 모두 진심으로 BLOCK이 더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라고 응원해주시는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영상을 만들고, 포스팅을 쓰고, 인스타그램에 공유해주신다. 그 포스팅을 보면서 나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과정은 가상의 마케팅 회의를 하는 것과 같다.


고객은 최고의 동료이자
최고의 마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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