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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파도 Feb 06. 2023

07

아빠의 성기


 3번째 뇌경색이다.

 재활을 통해 조금이나마 걸을 수 있게 되었던 아빠는 다시 몸의 반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첫 번째 뇌경색 이후 담배를 끊기로 했던 아빠는 얼마 후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두 번째 뇌경색 이후 재활을 시작한 아빠는 요양 병원에서 믹스 커피를 하루에 세 잔씩 마셨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어쩌면 자기 몸에 그렇게나 책임감이 없는 것인지, 내가 아빠 딸이긴 한가보다 싶었다.


 침대부터 화장실까지, 10미터 남짓의 거리.

 화장실을 다녀오려면 링거 줄이 주렁주렁 달린 아빠의 몸을 반쯤 둘러업어야 했다. 줄이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화장실에 도착해 문을 닫으면 바지를 내리지도, 변기에 앉지도 못하는 아빠가 있다.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히고 잠시 숨 돌리는 사이 아빠가 볼 일을 보고 나면, 다시 안아 일으켜 안은 채로 바지를 올리고 다시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간다. 깜빡하고 그냥 나가려다 다시 들어가 아슬아슬하게 발 끝으로 물을 내린다.


 30분. 화장실 한 번 갔다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기진맥진해 뻗어 버렸다. 화장실 다녀오는 게 이렇게나 힘들 일이라고.


 아빠는 잠이 들었다. 저 쪽 침대에서는 밤새 포클레인 소리만큼 크게 코를 골고, 옆 침대에서는 얇은 커튼 옆에서 자위를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빠는 기침을 할 때마다 침대 위로 몸이 풀썩 풀썩 들썩였다.


 다음 날 아침, 아빠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오줌을 싸버렸다.”

 나는 내가 당황했는지 아무렇지 않았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바로 병실 커튼을 치고, 여분의 바지를 꺼내고 아빠의 바지와 기저귀를 벗겼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걸 어떻게, 어떤 표정으로, 어떤 손길로 닦아야 하는지.


 모르니까 그냥 닦았다. 물티슈로 최대한 꼼꼼하게, 사이사이까지. 아빠가 더 이상 찝찝하지 않게. 아빠는 맥없이 누워있었다.


 아빠는 침대에 오줌을 쌌다는 그 사실만을 부끄러워했다. 갑작스레 아빠의 성기를 마주한 일은 나에게만 있는 일이었던 것 같았다. 아빠가 검사를 받으러 간 사이 간호사에게 침대 시트를 갈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간호사는 친절하게 침대 시트를 갈아주고,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나에게 소변통을 갖다 주었다.


 검사를 받고 돌아온 아빠는 침대 시트를 보고 말했다. “간호사가 욕하지 않디?“ 아니, 간호사는 친절했다. 아빠는 불행 중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자리에 다시 눕고, 나는 아빠의 누운 자세를 고쳐주었다.


 아빠도 나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신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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