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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BTI를 물어보는 면접, 우문현답의 기회

면접에서의 자기 브랜딩 디테일

by 꽃에서 꽃이 핀다

"면접관이 수준 떨어지게 제 MBTI를 물어봤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그런 면접관이라면 회사 수준도 뻔하지 않을까요?"


가끔 온라인에서 어느 괴팍한 면접관의 태도가 이슈가 된다. 흔한 비판 중 하나가 MBTI 질문이다. "MBTI를 물어보더라. 황당했다"며 면접관의 자질을 문제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면접 자리에서 MBTI를 물어보는 것은 반대지만,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면접관이 묻기도 전에 이력서에 자신의 MBTI를 써 오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MBTI를 내세우는 것은 가능한 선택이다. 면접관 중에 MBTI에 진심인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최우선 평가 기준은 아니겠지만, 성격도 하나의 평가 기준일 수 있다. 특히 신입 지원의 경우 경력으로 입증할 부분이 한정되고 입사 직후 직무 트레이닝의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성향이나 성격이 경력직보다 중요하다. 성격 차이를 본다는 측면이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유연성, 단단함, 적극성, 적응력 등을 보는 차원이다. 또 조직 관리자러면 팀워크 매니지먼트를 위해 현재 있는 멤버들과의 성향 밸런스를 고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을 몇 줄의 자기 소개나 짧은 인터뷰만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공용화된 측정 방식이 없는 가운데, 누군가는 과학적이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의미가 통용되는 기준을 활용해보려 하는 듯하다. 직무 역량에 대한 판단이 우선한다면, 추가적으로 MBTI를 묻든 어떤 성격인지 묻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저는 행동지향적이고, 도전을 즐기는 편입니다"

라고 말하든


"전 ESTP"입니다"

라고 말하든,


MBTI를 아는 사람들끼리라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MBTI를 묻는 면접관을 수준 낮다고 보는 지원자가 있는 것처럼, MBTI로 자기 성격을 설명하는 지원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면접관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복불복의 위험부담을 안고 이력서에 MBTI를 쓰느니, 다른 함축적인 표현으로 캐릭터를 보여주는 편이 낫다.


이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좋은 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성격을 마치 한동안 만나본 사이처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에 있다. 또한 뻔한 긍정 표현만 늘어놓는 것은 다른 지원자와의 차별성이 낮아 보인다. 직군에 따라서는 어휘력도 역량이다. 내 성격 설명 하나에서도 의미 전달과 독창성을 모두 잡으면 면접관은 한 번 더 눈여겨둔다.


하지만 MBTI를 굳이 물어보는 면접관을 위해서, 창의적인 답변을 준비해 두는 것도 요령이다. 면접관도 사람이라 개인별 성향이 있고, 또 질문을 선택하는 배경이 있다. MBTI를 물어보는 사람 중에는 긴장을 풀어주려는 친절한 면접관도 있고, 젊은이들 사이 유행을 뒤늦게 따라 해보려는 면접관도 있겠지만, 상대방을 한눈에 파악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혹은 직무보다 특정 성향으로 팀에 에너지를 가져다줄 사람이 필요한 직책자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가능한 짧게, MBTI를 통해 자신의 성향적 장점을 어필한다. (MBTI를 모른다거나 대답을 회피하는 일은 피하면 좋겠다. 분위기가 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MBTI를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말이 아닌, 더 인상적인 키워드를 끼워 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E에요, I에요?"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치자.


"E입니다."

답은 됐지만, 인상 깊지는 않다.


"아주 초반에는 I지만,

몇 번 만나서 익숙해지면 E입니다."

흔한 답변이다. 지금은 쑥스럽지만 입사하면 내 진가를 보게 될 거야 같은 의도인 듯한데, 정말 흔하다. 나쁠 것 없지만, 직무 역량이 비슷한 지원자들과의 경쟁이라면 셀프 브랜딩 문제 중 하나를 못 푼 셈이다. 차별성은 브랜딩의 필수 요소다.


"E인데요,

친구들이 저를 '엘리펀트'의 E라고 합니다."

이렇게 답변하면, 내 손발도 오그라들고 면접관의 머리칼도 다 오징어다리처럼 오글오글해질까? 아니면, 많은 지원자들 사이에서 창의적인 사람으로 한 번쯤 더 고려될까? 모른다면 던져보자. 주식투자랑 다르게, 취준은 모든 순간에 올인이 필요하다.


갑자기 소환한 '코끼리'를 어떻게 설명할지는, 지원자 각자의 스토리텔링 역량에 달려있다. 엘리펀트는 예시일 뿐이고, 기껏 MBTI 문답도 얼마든지 자기 브랜딩의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모든 지원자에게 똑같이 주어질 질문에 더 좋게, 더 다르게 답변해야 하니까.


이렇게 해야만 합격한다기보다, '이력서=자기 브랜딩', '면접=자기 브랜딩 프레젠테이션'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는 차원으로 정리해 보았다. 다른 이력서는 확실히 다르다. 다른 지원자는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다르다. 그리고 그런 지원자는, 타고난 아우라를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기 브랜딩을 기획한 티가 난다. 누구든 그런 사람들과 경쟁하게 될 수 있다.


다만, 거짓말을 늘어놓자는 뜻은 아니다. 가짜 브랜딩이란 없다. 진심과 사실을 코어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느냐가 브랜딩이다. 어디까지나 '진짜 나'를 기반으로 준비하시길 바란다.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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