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다시 보기

빠담 빠담! 프랑스 2

by 앤 셜리

2019년 1월 10일 목요일 파리

파리의 아침이 밝았다. 아니 아직은 새벽이다. 어제 그렇게 피곤했음에도 한국시간으로 아침 10시가 되니 눈이 딱 떠진다. 이곳 시간으론 새벽 2시. 더 자고 싶은 마음에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보지만 말똥말똥... 누워서 폰만 만지작 거리다 배에서 자꾸 꼬르륵 소리가 나서 시간을 보니 한국시간으로 12시 40분. 점심때가 됐으니 밥 달라는 소린가보다. 배꼽시계는 아직 한국시간에 맞춰져 있으니 당연하지... 두 개나 맞춰놓은 알람이 무색하게도 새벽부터 나의 하루가 시작됐다.

프랑스에 오기 전 제일 걱정됐던 건 노란 조끼도 노란 조끼지만 바로 소매치기였다. 어마무시한 소매치기단과 집시들을 조금이라도 피해보려고 유랑에서 동행을 구해볼까 하다가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워킹투어에 비해 많이 비싸긴 하지만 오늘은 베르사유와 파리 시내 차량투어를 신청했다. 새벽부터 씻고 조식까지 일찍 먹었으나 익숙하지 않은 길과 메트로 역에서 티켓을 팔지 않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됐다. 메트로 역 입구에서 발권기가 없어서 우리가 들어가지도 못하고 헤매고 있으니까 출근길인듯한 파리지앵 아가씨가 짧은 영어로 설명해주려 하더니 자긴 불어는 잘하지만 영어실력은 나쁘다며 자기를 따라오란다. 지상까지 올라와 티켓 파는 건물까지 안내해주고 나서야 웃으며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이 뭔가 뭉클할 정도로 고맙고 따뜻했다.

그런데 안내해준 대로 발권기에서 발권을 하려고 보니 지폐는 안되고 동전만 된단다. 마트에서 잔돈으로 바꿔야 되나 말아야 되나 우왕좌왕하다 시간을 보니 투어 미팅 시간이 25분밖에 안 남았다. 이런... 안 되겠다. 택시를 타야겠다. 사실 더럽고 위험한 파리 지하철이 타기 싫었던 참에 내심 잘 됐다고 생각하며 택시를 타고 개선문 앞 미팅 장소에 갔다. 가이드님이 사정이 생겨 조금 늦게 오시긴 했지만 우리에게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하는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이드님 덕분에 오늘 투어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사진 포즈 똥멍청이인 우리에겐 쑥스럽기만 한 시간들이었지만 안 되는 우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포인트마다 스냅사진까지 찍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게다가 가이드님이 추천해주신 식당은 로컬들만 아는 맛집인지 로컬들로 테이블마다 꽉 찼다. 여기서 먹은 모든 음식들이 다 맛있었는데 특히 비릴까봐 걱정했던 에스까르고(달팽이 요리)는 정말 정말 맛있었다.

오늘의 일정은 '개선문-샹젤리제 거리- 고흐의 집-몽마르뜨 언덕(이른 아침이라 소매치기와 사인단이 출근 전이라 마음껏 볼 수 있어 좋았다)-사크르쾨르성당-노틀담대성당-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점심-장미꽃 젤라또 가게-1등 했다는 마크롱 가게-베르사유 궁전-에펠탑' 여기까지가 투어일정 끝.



그리고 우린 택시를 타고 선착장으로 가서 예매해둔 바토무슈를 타고 센강을 건너며 파리의 야경을 감상했다. 바토무슈를 타고 보는 파리의 야경은 너~무 멋졌고 특히 정각마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이는 에펠탑은 탄성이 절로 날만큼 정말 정말 환상적이었다. 완전 강추! 에펠탑에 대한 편견을 한방에 날려준 완벽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에펠탑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았으나 나의 눈꺼풀은 이미 천근만근이고 잠이 미친듯이 쏟아지는 건 막을 방법이 없어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했다. 으슬으슬 추웠던 날씨 탓에 하루 종일 떨었더니 컵라면 생각이 간절했지만 너무 졸려서 밥이고 뭐고 세수만 대충하고 자야겠다 생각하고 왔으나 호텔이 가까워오니 귀신같이 잠이 달아난다. 다시 식욕이 돋아나 컵라면을 먹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들어가니 온몸이 사르르 녹는다.
워킹투어를 신청하지 않고 비싸지만 차량투어를 신청한 게 신의 한 수였다.


그런데 오늘은 과연 잠을 잘 잘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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