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랑스 여행처럼 가기도 전부터 이렇게 걱정이 많았던 여행도 없는 것 같다. 그놈의 마크롱 때문에 저마다 노란 조끼를 꺼내 입고 시위를 한다는데 시위 양상이 워낙 과격해서 자동차를 불태우고, 문화재까지 파손하고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뉴스가 연일 TV에 흘러나오고 있었다. 역시 프랑스 혁명가들의 후예답다. 마크롱의 대국민 성명 이후 좀 누그러들겠거니 생각했지만 좀처럼 시위가 끝나질 않고 이어지고 있어 나의 걱정 또한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데 유랑 카페에 가입하여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소매치기들에 비하면 노란 조끼 시위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날마다 수십 건이 넘게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처절한 글들이 올라오고 그에 못지않게 소매치기의 유형과 대처법에 대한 정보들 또한 어마어마했다. 이런 글들을 계속 읽다 보니 프랑스 경찰은 대체 뭐 하고 있나 싶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 프랑스 정부에 심지어 화가 날 지경이었다. 게다가 소매치기 방지용 휴대폰 스트랩이랑 각종 스프링, 자물쇠 등을 사다 보니 이렇게까지 해서 프랑스에 꼭 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스트레스가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프랑스에 가고 싶었고 특히 남부 프랑스!에 꼭 가고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프랑스 땅을 밟았다. 아침 비행기라 새벽 4시에 공항버스를 타야 하는지라 밤을 꼴딱 새우고 비몽사몽인 채로 버스에 올랐다. 멀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빈속에 약을 먹었더니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속이 계속 울렁거려서 가는 내내 고생을 했다. 일찍 출발해서 차가 안 밀리는 바람에 2시간 반 만에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소속까지 마치고도 시간이 꽤 남았지만 멀미로 인해 몸상태가 말이 아니라 그 좋아하는 쇼핑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했고 드디어 기나긴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자세가 불편하다 보니 자다 깨다만 반복할 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던 장장 12시간의 비행이 끝이 났다. 비행기 안에서의 기나긴 사투를 보여주듯 앞머리는 떡이 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데다 화장도 생략한 얼굴엔 개기름이 한가득이다. 화장실에 들러 거울을 보니 몰골이 정말 말이 아니다.
그 부끄러운 몰골로 공항버스를 타고 호텔 근처에서 내려 10여분을 헤매다 호텔에 도착했다. 그냥 누워버리고 싶은 욕망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뽀득뽀득 세수를 하고 앞머리만 감은 채로 (이미 저녁때가 되었으므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거리로 나갔다. 호텔이 쁘렝땅백화점과 라파예트 백화점이 있는 번화가에 있어서 거리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요즘 백화점 세일 기간이라 사람이 더 많은가 보다. 옥상 전망대에서 보는 파리 야경이 멋지다는 라파예트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니 에펠탑이 보인다. 근데 이상하게 그동안 내가 알던 에펠탑과는 뭔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랄까? 내일 더 가까이 가서 보면 또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마음 같아선 쇼핑을 더 하고 싶었지만 자꾸 눈이 감긴다. 저녁이라도 먹고 들어갈까 했지만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하다. 근처 샌드위치 가게에서 샌드위치랑 빵을 사서 호텔로 향했다. 아직은 파리에 와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서 그런지 프랑스 사람들한테 자꾸 한국말로 말을 한다. 뭐 그래도 다들 감으로 알아듣는 것 같기는 하지만... 내일 아침이 되면 실감이 좀 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