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어제도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내릴 생각인가 보다. 비가 오면 사진도 예쁘게 안 나오는데 이번 여행은 날씨 운이 없나 보다.
오늘은 기차를 타고 콜마르로 가기로 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인 쁘띠 베니스가 있는 곳이다. 여전히 비가 아주 미세하게 내리고 있어 우산을 갖고 갈까 말까 잠깐 고민했지만 프랑스 스타일에 맞게 우산 없이 가기로 했다. 스트라스부르 역에서 콜마르 역까지 편도 26유로에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창구에 가서 물어보니 50% 할인해서 둘이 26유로란다. 왜냐고 물어보니 "일요일이니까~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나라 같으면 주말에 할증이 붙을 텐데 일요일이라 50% 할인이라니... 안 그래도 기차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50%나 할인해주니 뭔가 횡재한 기분이다.
기차로 30여분을 달려 콜마르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15분 정도 한적한 주택가를 걸어가니 쁘띠 베니스가 나왔다. 집 모양은 스트라스부르랑 비슷한데 집들이 온통 파스텔톤이라 콜마르가 좀 더 예쁜 느낌이다. 아기자기 예쁜 골목을 거닐며 날씨만 좋았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이놈의 우기... 오락가락하는 비에 우중충한 하늘... 너무너무 싫다. 돌아다니다 보니 성당이 보인다. 생 마르탱 성당이다. 성당 안에 들어가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의자에 앉아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어갔다. 근처에 있는 시장에 들렀다 다시 역으로 돌아갔다.
근데 정말 이상한 건 콜마르에서 스트라스부르까지 가는 기차는 두 명이 13유로란다. 이건 무슨 경우지? 똑같은 구간을 가는데 갈 때와 올 때 요금이 다르다니... 이유가 궁금했지만 듣지는 못했다. 어쨌든 아무것도 안 하고 돈 번 기분이다.
스트라스부르 역에 도착하니 2시가 다 됐다. 배는 고픈데 마땅히 먹을 건 없고... 잠시 고민하다 어제 점심때 갔었던 일식집에 다시 갔다. 생각해보니 어제도 이때쯤이었는데, 식당 직원들 입장에서 보면 어제랑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 둘이 똑같은 시간에 와서 비슷한 자리에 앉아 메뉴는 조금 다르지만 밥 하나 면 하나를 시켜먹는 모습이 웃기긴 할 것 같다.'저 여자들 뭐야~' 이런 느낌? ㅎㅎ 암튼 어제와 마찬가지로 배부르게 밥을 먹고 호텔에 잠시 들렀다가 스트라스부르 전경이 잘 보인다는 보방댐으로 갔다. 높진 않지만 올라가 보니 쁘띠 프랑스 모습이 마치 엽서 속 그림처럼 펼쳐진다. 예쁘다~~~
이것만 보고 돌아가기에는 아쉬워서 어제 갔었던 쁘띠 프랑스를 다시 돌아보고 선물가게들을 들렀다가 노트르담 성당 뒤편에 있는 번화가로 갔다. 작은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쁘띠 프랑스와는 달리 명품거리가 이어지고 라파예트와 쁘렝땅백화점도 있다. 세일을 많이 한다는 말에 두 백화점을 모두 돌아보고 자라와 H&M까지 쇼핑을 했으나 하나도 건지진 못했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은 찰나 KFC가 딱 보인다. 순간 내가 "치킨?~"하자 친구가 "치킨~!" 하고 받아친다. 그래 오늘 저녁은 치킨이다. 핫윙 아홉 조각과 포테이토에 스프라이트를 시켜 먹었는데 역시 치킨은 진리~~~!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맛이다. 나름 배부른 저녁을 먹고 걷다 보니 어마어마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인다. 세상에~~~ 너무너무 예쁘다. 내가 태어나서 본 트리 중에 제일 크다. 끊임없이 감탄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가슴이 설렌다. 그런데 이렇게나 아름다운 이 곳이 작년 크리스마스 마켓 총격 테러가 있던 곳이 라니... 아직도 여전히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들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니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총을 쏠 생각을 했는지 무고한 희생자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조명이 켜진 노트르담 성당을 보러 갔다가 비를 만나 비를 쫄딱 맞고 호텔로 돌아왔다. 마지막까지 비로 송별인사를 하는구나. 이렇게 동화 같던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에서의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