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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Jun 12. 2021

유레카! 대청호 한가운데를 걷다

신상교 제방길 걷기

신상교를 지날 때마다 물 한가운데 나 있는 낮은 둑방길 같은 돌다리를 보고 저긴 대체 어떻게 가는 건가 항상 궁금했었는데 내 얘길 들은 친구가 나와 한마음이 되어 몇 날 며칠을 인터넷을 뒤지고 뒤졌다. 꼭 찾아주겠다고 자신했던 친구는 알고 보니 무려 정보탐색 경진대회 수상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도 모르는 그곳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검색어를 대체 뭐라고 쳐야할 지 조차 감이 안 왔다. 검색어를 '대청호 돌다리,  신상교 돌다리, 대청호 물 위 걷기...' 등등. 수 십번의 검색을 통해 그곳이 신상교 제방길이라는 걸 알아냈고, '신상교 제방길'을 검색어로 또 수 십번의 검색을 해서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의 마지막 코스라는 것까지는 알아냈다.


사실 우리가 원한 건 차를 최대한 가까이 가져가서 주차를 하고 걸을 수 있는 방법이었으나 블로그 어디에도 그런 방법은 알려주질 않고 죄다 4구간의 트래킹 코스만 알려준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나마 가까운 코스로 잡아 주산 전망대부터 시작하는 2.2km 코스로 정하고 걷기 시작했다. 2.2km 정도는 별로 어렵지 않을 테고 다녀와서 다른 코스도 걸어봐야겠다 뭐 이런 야무진 꿈을 품은 채로 말이다. 토요일 낮 12시 30분! 한창 점심 먹을 때라 그런건지 제일 더울 시간이라 그런건지 사람이 정말 하~~~나도 없다. 사람은 없고 온통 초록초록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사람이 없는 덕에 답답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니 발걸음마저 가벼운 느낌이다.

그러나 한참을 걷다 보니 막다른 동네에서 길이 끊기고 대청호 오백리길을 알리는 리본도 어느새 사라졌다. 길이 많이 좁기는 했지만 그나마 유일한 통로로 보이는 산 쪽으로 난 길로 올라가려고 하니 개인사유지므로 출입을 금한다는  푯말과 사납게 짖어대는 강아지들만이 우릴 경계하고 있었다. 그럼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니~


그러다 몇 안 되는 집들 중 꽃밭을 예쁘게 가꿔놓은 집이 보여 주인아저씨께 조심스레 다가가 여쭤보니 친절하게 가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가는 길에 보리수도 한주먹 따가라신다. 알고 보니 마을로 들어오는 길 중간에 신상교 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었는데 우리가 이야기에 빠져 못 보고 지나친 것이었다. 아저씨 말씀대로 가는 길에 보리수 하나씩  따서 생수에 씻어 먹었는데 역시 예상대로 떫다. 보리수 보단 앵두가 내 스타일~


이번엔 제대로 된 이정표를 따라 좁은 숲길을 걷다 보니 제방길이 물에 잠기면 우회하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가 제대로 왔나 보다. 표지판을 지나 물가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나뭇잎 사이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제방길이 보인다. 우와~~~~~~ 멋지다~~~~!!!  감탄사가 터진다. 뭔가 뿌듯하고 성취감마저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는 이것 하나로 충분하다. 너~~~무 좋다!!!

생각보다 길었던 제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차를 갖고 올 수 있는 방법이 보였다. 그 쉬운 방법을 다 걷고 나서야 찾게 되다니...  생각해 보니 누구나 생각했을 법한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잠시 억울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렇게 쉽게 왔다면 이렇게까지 감동스럽진 않았을 거라 스스로 위안을 삼아 본다. 다음엔 꼭 차를 갖고 오겠다.


그리고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는 길. 여전히 가는 길은 아름다웠으나 돌아가려니 에너지가 방전된 기분이었다. 평소에도 평지는 자신 있다며 큰소리를 쳤었는데 날씨 탓인지 몸도 발걸음도 무겁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늘 하루는 더 이상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날도 덥고 몸이 힘들어지니 얼음 가득 넣은 탄산음료가 간절해졌다. 이미 미지근해진 생수병은 보기도 싫었다. 머리가 깨질 듯 차갑고 톡 쏘는 탄산음료를 단숨에 들이켜 목은 따갑고 머리는 띵~ 해지는 느낌? 지금 그게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슈퍼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결국 윤종신의 '팥빙수'노래로 마음을 달래가며 출발지까지 걸어서 차를 타고 대청댐 휴게소 편의점까지 가서 탄산수와 국적을 알 수 없는 비싼 초코 웨하스, 달콤새콤한 왕꿈틀이를 사서 말없이 먹어치웠다. 과자와 젤리, 탄산수가 바로 온몸에 쫙쫙 흡수되는 기분이다. 정신을 차리고 웨하스의 국적을 찾아보니 무려 이탈리아였다. 자연 유래 성분으로만 만들었다는 설명이 깨알같이 써있다. 그래서 비싼 대신 맛은 있었나 보다. 다~~ 살로 갈 것만 같은 느낌이었지만 오늘은 만보나 걸었으니 다 살로 가진 않을 거라 생각하니 죄책감이 덜했다.


그런데 오늘 결국 채우지 못한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편의점에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달걀 샌드위치~ !세상에 편의점에 흔하디 흔한 그게 없었다. 그게 집에 가는 내내 생각이 났다. 포실포실하게 으깬 삶은 달걀을 마요네즈에 버무린 몽글몽글 부드러운 달걀 샌드위치~~~ 자꾸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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