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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Jul 25. 2016

도심 속의 작은 섬

수목원 산책

일요일 저녁.

날씨가 너~무 더워 가스불 앞에 서서 밥하기가 힘들다며  "돈까스 먹으러 가자~!"를 외친 엄마 덕분에 갑작스레 돈까스를 먹게 됐다. 엄마는 얼마 전 TV 에서 봤는데 최상의 재료로 완전 정성스레 만든 착한 돈까스라며 꼭 본점에 가서 먹어야한다고 우리 동네에도 있는 분점을 마다한 채  대식구를 끌고 이곳까지 왔다.

본점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맛이 나진 않았겠지만, 또 아무리 맛있어도 우리가 아는 그 돈까스맛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았지만 고기의 식감이나 맛 만큼은 내가 먹어본 돈까스 중 최고였다. 암튼 다들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배도 부르겠다. 시간도 있겠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수목원 산책을 하기로 했다. 아직 불볕 더위의 후끈한 열기가 남아있긴 했지만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라 돌아다닐만은 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내가 좋아하는 나무와 꽃이 있으니 얼마간 남아 있는 열기 쯤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뜨거운 도시의 열기에도 나뭇잎은 싱그럽게 빛났고 꽃들은 선명한 자기 색을 드러내며 그 어떤 향수보다 살랑거리는 매혹적인 향기를 퍼뜨리고 있었다. 여기저기 예고도 없이 피어있는 꽃들은 나를 사뿐사뿐 날아다니게 했고 쉴 새 없이 휴대폰 카메라의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빌딩과 고층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수목원은 도심 속 작은 섬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몸과 마음까지 싱그러워지는 기분이었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우는 아마존의 숲처럼  도시의 열기를 식혀주는 도심 속의 허파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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