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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셜리 Apr 10. 2017

꽃터널 속에 마음을 묻다

먼지처럼 툭 가볍게

파바박 파바박!!!

봄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즈음.

전자레인지 안에서 팝콘이 터지듯 꽃봉오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전날 저녁때만해도 도도하게 꽃봉오리를 앙다물고 있더니만 다음날 한낮이 되니 후두둑 후두둑 소담스런 팝콘을 마구 뱉어내고 있다.


이렇듯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슴 뛰는 봄이 왔으나 그래도 월요병은 극복이 안되나보다. 미칠듯한 속도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봄을 따라잡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주말을 보내고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하늘하늘 꽃길만 걷다 왔으나 월요일만 되면 언제 꽃길을 걸은 적이 있었나 싶게 모든 것이 리셋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바쁜 업무에 자잘자잘 신경쓸 일이 많아  쌓여가는 짜증으로 뒷목이 뻐근해질 무렵 시간을 보니 어느덧 퇴근시간이 다 돼가고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꽃을 보러 가야겠다!

퇴근시간 5분 전 과감히 노트북을 접고 칼퇴근을 감행한다. 주차장을 나서며 보니 아직 사장님차도 그대로다. 아마도 내가 전직원 중에 일등으로 퇴근하나보다. 그럼 어떠랴. 난 내 할 일 다 하고 정시에 퇴근하는거니 뒤돌아볼 필요는 없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빛나는 꽃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면 칼퇴근 밖에 방법이 없다. 경쾌한 시동 소리와 함께 창문을 열고 라디오 볼륨을 높인다.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가슴이 탁 트인다. 때마침 서영은의 "웃는거야"가 흘러나온다.


"먼지처럼 툭 가볍게 다 털어낼 수 있잖아.

옛일인 듯 기억조차 없는 듯 선물 같은 내일만 생각하면서 ~

웃는 거야 .그래 그렇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별일 아냐. 흔한 일이잖아. 이제 것 같아 늘 그렇게 웃어~ "

고개를 까딱거리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 보니 금세 대청댐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나는 꽃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양쪽 벚나무가 맞잡은 손으로 만든 꽃터널을 바람이라는 화동이 뿌려놓은 꽃잎을 맞으며 걷는다. 이 황홀하고 설레는 기분을 다른 사람들도 알까?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던 나는 눈부신 꽃터널 속에 답답하고 짜증스럽던 마음을 묻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먼저처럼 툭 가볍게 나풀나풀 걸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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