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룡마을 동쪽 끝 집
고속도로를 타고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국도를 타고 한참 가면 삼천포항으로 빠지는 지방도가 나온다. 산비탈을 넘어가기 위해 과속방지턱을 덜컹 지나면 담뱃고개가 나온다. 꽤 긴 시간 고개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면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그곳은 학동마을이다. 학동마을을 빠져나오는 언저리를 주의해야 한다. 오른편에는 소방서가 자리 잡았고 지방도와 만나는 지점이라 차들이 복잡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적한 이 길들을 주의하며 바닷마을로 향한다. 내가 도시에서 돌아왔다는 것처럼 행세하는 꼴일 수도 있고 양보라 적힌 표지판을 생각했을 수도. 조금씩 짐작한다. 명절에도 한적해져 버리는 내가 자라온 터를. 바닷마을로 가려면 60킬로의 속도로 넉넉잡아 5분이 남았다. 소방서가 보이면 좌회전을 해야 한다. 그러면 횟집촌이 자리 잡은 임포마을이 나온다. 거기서는 경찰서와 하일농협이 자리 잡은 사이 횟집촌 골목으로 들어간다. 우체국을 지나고 대하마트와 진식육식당이 나오면 또 좌회전. 여기서부터는 정말 천천히 운전하는 게 좋을 테다. 시골길이니까. 우리는 그 언덕을 장그라라고 부른다. 장그라 도로가 참 좋다. 이곳저곳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산소와 반대편에는 바다가 펼쳐진다. 이곳을 봐도 저곳을 보아도 사랑스러운 곳이다. 할머니 산소가 보이면 큰 소리로 할머니를 부르며 숨 참기를 한다. 그러면 한달음에 가룡마을, 내가 자란 바닷마을이 나타난다. 그때 숨을 턱 내쉬고 삼키면 마을로 내려가는 길도 어찌 그리 한적한지. 우리 집은 가룡마을 동쪽 끝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