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아침 7시. 지끈거리는 머리와 함께 낯선 허무함이 밀려온다.
어제저녁, 학교폭력 전담기구 협의회 예산 32만 원이 발단이었다. 학부모 위원을 빼면 내부 위원은 고작 4명. 우리끼리 쓰기엔 너무 큰돈이라, "에라 모르겠다" 하고 판을 키웠다. 고생하는 학생부 선생님들, 교장, 교감 선생님까지 모두 불러 학교 앞 치킨집을 가득 채웠다.
치킨과 맥주, 그리고 시끌벅적한 소음들. 분위기에 취해 나도 맥주를 6잔이나 비웠다. 내가 주도한 자리였기에 더 신이 났던 걸까, 아니면 책임감에 오버를 했던 걸까.
술이 깬 지금, 남는 건 묘한 자괴감이다. 내가 술을 권했던 게 혹시 강요는 아니었을까? 어제 그렇게 웃고 떠들었다고 해서 우리 관계가 드라마틱하게 끈끈해질까? 어차피 오늘 학교에 가면 우리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안녕하세요" 하며 스쳐 지나갈 텐데.
괜히 벌였다 싶기도 하고, 오늘따라 유난히 출근길 발걸음이 뻘쭘하고 창피하다. 딱히 말실수를 한 것도 아닌데 마음 한구석이 휑하게 뚫린 기분이다.
그래도 누군가 그랬다. 이건 리더가 느끼는 자연스러운 중압감이고, 알코올이 빠져나가며 생기는 일시적인 착각일 뿐이라고. 어제의 자리가 대단한 전우애를 만들진 못했어도, 뻑뻑한 학교 생활에 치킨 한 조각만큼의 윤활유는 되었겠지.
관계는 점이 아니라 선이라니까.
오늘 아침, 어색함은 꿀물 한 잔으로 삼키고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건네야겠다.
"어제 속은 괜찮으세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