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일글쓰기 002
내 나이 서른여섯 살, 아직도 배움에 목이 마르다.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방송작가가 되려고 아카데미를 다녔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글쓰기 수업을 들었고 또 취미로 유튜브를 하겠다며 학원을 알아봤다. 최근 친정엄마는 요리학원에 등록했다는 걸 알고 “대체 몇 살까지 배우러만 다닐 거냐”며 이젠 배운 걸 써먹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나무랐다.
친정엄마의 시대에는 대부분 배움의 끈이 짧아서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무언가 배울 게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본인의 기준에서 차고 넘치게 배우고도 무언가 또 배우려는 딸이 못마땅한 듯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큰 깨달음을 준 이틀을 보내게 되었다.
하루는 미용실에서 스파를 받았는데 한 시간 동안 직원이 붙어 내내 향기로운 샴푸로 두피 마사지를 해주었다. 서비스를 마치고 지인의 생일을 축하하며 비싸고 맛있는 식사를 했다.
또 하루는 학원에서 마늘종을 이용한 파스타 레시피를 배우고 직접 요리해서 먹었다. 평소 편식이 심한 나는 생애 처음으로 마늘종을 먹었다. “마늘종이 이렇게 달고 부드러운 식재료였구나”라고 느끼며 깜짝 놀랐다. 오늘 배운 이 요리를 언제, 어떻게 또 만들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앞으로 나는 마늘종을 직접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며칠간 나는 그 성취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좋은 것을 즐기는 기쁨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성취감에 더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서른여섯 살이 되어서야 알게 된 나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내 즐거움을 누군가에게 설득시킬 필요는 없지만 나 자신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되어 좋았다.
옛날이야기 중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어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같은 금액의 돈을 주면서 빈 공간을 가득 채울 무언가를 찾아오라는 미션(?)을 주었는데 첫째는 금은보화를 사 오고 둘째는 꽃으로 향기를, 마지막으로 막내는 촛불로 빛을 가득 채웠다고 했나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난다) 어쨌거나 나는 자신을 성취감으로 가득 채우고 평생 배우며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