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일글쓰기 004
오늘은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한 날이었다. 며칠 동안 아이의 기관지염이 심해서 등원도 못하고 내내 단둘이 집에만 있었는데 아침에 쾌청한 하늘을 보며 눈을 뜨니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조금 갑작스럽게 아이와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오랜만에 집 밖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설렜는지 준비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현관문 앞에서 나를 채근했다. 급하게 떠난 나들이였는데도 누군가 기다리는 것처럼 발걸음이 바빴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서 오늘까지 진행되던 티니핑 팝업 스토어에서 장난감을 구입했다. 그리고 간단히 배를 채우고 아이가 평소 보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던 인어공주쇼를 보았다. 마지막으로 남편의 회사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돌아왔다.
집 밖에서 보낸 12시간 중에 제일 반응이 좋았던 건 인어공주쇼였다. 아이는 정말 좋아서 또 가고 싶다고 말하며 잠이 들었다.
사실 장난감 구입하느라 돈을 많이 썼는데 생각해보면 아이는 그렇게까지 갖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브랜드였고 때마침 세일 중이라 내가 아이에게 사주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아이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아이를 위한 거라고 착각했다. 좋은 엄마가 된 듯한 기분에 취했던 것 같다.
아이에게 장난으로 ‘말썽쟁이’, ‘장난꾸러기’라고 불렀더니 아니라고 자신은 ‘사랑하는 새별’이라며 본인을 지칭했다. 웃어넘겼지만, 그래. 나는 너에게 좋은 엄마는 될 수 없을지 몰라도 사랑하는 엄마는 될 수 있겠구나.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인지 잘 모르겠다. 오늘의 이런 노력을 아이가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겠다. 언젠가 이 순간이 우리가 아니라 내게만 추억으로 남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잠깐이라도 기쁜 모습, 웃는 얼굴을 본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