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일글쓰기 005
한동안 너무 잘 잤다. 밤 10시에 잠들어 다음날 아침 8시, 9시가 되어서까지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원인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저녁에 먹던 정신과 약을 빼먹었는데 평소보다 늦게 자고도 일찍 일어났다. 게다가 유달리 정신이 또렷했다. 그제야 약효를 느꼈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은 먹을 땐 변화를 느끼지 못하다가 안 먹을 땐 티가 난다.
마음을 진정시켜주려고 먹는 약인데 오늘은 (실수였지만) 안 먹었더니 집중이 잘 되는 느낌이었고 이런 나의 모습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교훈이 있다. 의사와 상의 없이 약을 줄이거나 끊지 말 것. 괜히 의사가 아니라는 걸 몇 번이나 체감했다. 이명이나 심한 감정 기복 등 단약의 부작용을 겪었던 터라 이런 상태가 좋으면서도 마냥 즐길 순 없었다.
그렇기에 오늘 밤에도 나는 그렇게 될 것을 알면서도 약을 먹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