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일글쓰기 016
내가 가장 무서운 감정은 사랑도 미움도 아니라 보상심리다. 보상심리도 감정이라 불러도 될지 어렵고 고민된다. 비슷한 예로는 기대감이 있다. 무언가를 베풀고 돌아오길 바라는 기대감이 보상심리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모든 감정이 그렇지만 내 경우엔 특히 보상심리에 취약하다. 자꾸만 핑계를 만드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자괴감이 든다. 보상심리가 무서운 나는, 오늘 일부러 운동을 하지 않았다. 하루에 1시간씩 운동하면서도 오히려 살이 쪘던 건 운동했다는 핑계를 대며 보상심리로 그만큼 고칼로리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상담을 받는 날이었다. 식탐이 전혀 절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 어느 정도냐면 SNS에서 사진을 보거나 누군가에게 얘기를 들어 음식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먹어야 직성이 풀렸다. 의사 선생님께서 ADHD 약은 식욕이 감퇴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의아해하며 낮에 먹는 약을 밤에 먹도록 조절해주셨다. 나는 증상을 말하면서 사는 즐거움이 없으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합리화를 했다. 나의 식탐이 힘든 일상에 대한 보상심리처럼 느껴졌다.
이런 나 자신이 답답하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에도 미워하는 감정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나 자신이 싫었지만 합리화를 하며 핑계를 만들어내는 모습도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