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일글쓰기 018
육아는 자신이 얼마나 별로인 사람인지, 바닥을 보게 되는 일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오늘의 나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몸이 안 좋았다. 어제 저녁에 주워 먹은 동태전이 문제가 있던 모양이고 최근에 바꾼 정신과 약 때문에 이틀 내내 밤 사이에 잠을 깊게 들지 못하고 한 시간에 한 번씩 깼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가 세상이 슬로모션으로 보이는 바람에 다시 침대에 누웠고 도저히 등하원 시킬 자신이 없어서 아이와 함께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금세 후회가 됐다. 아이는 계속 나를 따라다니면서 쉴 새 없이 떠들었고 “엄마 나 봐봐”라며 관심을 갈구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옆에서 보면서 칭찬해주길 바랐고 유튜브를 틀어줘도 함께 보길 바랐다. 내가 화장실에 가면 똑똑 노크를 했고, 방으로 들어가면 졸졸 따라왔다. 나는 잠시도 혼자 있을 수 없었다.
편하자고 했던 선택인데 이상하게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종일 집안일을 하고 청소를 해도 돌아서면 지저분했고 돌아서면 어지럽혀있고 돌아서면 밥 먹을 때가 되었다.
아이와 잠깐 낮잠 잔 시간을 제외하고 종일 열심히 살았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은 여전히 어지럽혀 있고 밀린 빨래는 여전히 쌓여있다. 해야 될 일, 하고 싶던 일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건조기를 사야겠다. 건조기라도 사야겠다. 적어도 오늘처럼 빨래가 쌓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