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일글쓰기 021
한동안 열심히 다이어트하면서 14kg를 감량했다. 워낙 초고도비만이라 가능했던 일이다. 정상이 되려면 빼야 되는 체지방이 10kg 더 있었다. 그런데 초심을 잃었고 요요를 맞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닌데 뚜렷한 목표가 없다 보니까 현재 상태로 적당히 만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로 가정보육이 길어지고 추석 연휴까지 보내면서 체지방 3kg가 더 늘었다. 늘어난 체지방은 내 턱밑, 허벅지, 뱃살로 골고루 숨었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렸다. 등록해놓은 운동도 안 갔다. 운동가는 시간이, 한 시간밖에 안 되는 그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운동 갈 시간만 되면 아팠고 좀 더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며 달콤한 말로 속이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던 중에 남편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있었다. 육아 때문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이럴 때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은 인생의 동반자로 선택한 남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과 오래오래 여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러려면 건강이 필수였다.
사실 우리는 젊음만 믿고 안일하게 살았다. 다른 누구보다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야 되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남편의 아버지, 시아버지께서는 병 때문에 일찍 세상을 떠나셨고 그 사실은 남은 가족들에게 상처로 남았다. 나 또한 안심할 순 없다. 친정엄마께선 암수술을 했고 (현재는 완치 판정받고 건강) 친가 쪽 가족력으로 당뇨, 고혈압이 있다.
가끔 남편이 나와 가족들만 남기고 일찍 떠날까 봐 두렵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겠지. 우리 두 사람이 건강하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그 노력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증명해보기로 하자.
나는 무엇이 나와 우리를 위한 것인지,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나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마지막 다이어트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