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일의 죠 - 오늘에 피어난 희망

comic- 죠의 에드윈 NEW 503 데님 팬츠

by 블루 캐롯







야부키 죠와 탄게 단페이의 운명적 만남 / 이미지- 단행본 발췌




1960년대 번성하는 동양 최고의 거대 도시 도쿄, 그 화려한 모습과 정반대인 변두리 여인숙 거리에 떠돌이 소년이 들어온다. 낡고 허름한 판자촌은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고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는 공원으로 발길을 향한 소년은 계단 밑에서 노숙을 하던 사람에 걸려 넘어진다. 잠에서 깨어난 남자는 자신을 밟은 것에 화가 나 지팡이를 휘둘러 화풀이하는데 소년은 재빠르게 공격을 피하고 주먹을 날려 한 번에 그를 쓰러뜨린다. 소년의 몸놀림에 놀란 남자는 상기된 얼굴로 다짜고짜 권투를 배우라고 제의한다.





탄게는 떠돌이 소년에게 복서로서 천부적 재능이 있음을 확신한다 / 이미지- 단행본 발췌




허황된 얘기엔 관심 없다며 제의를 거절하고 다시 길을 나서는 소년 앞에 야쿠자에게 붙잡혀 끌려오는 소녀가 나타난다. 작은 체구의 소녀를 때리는 야쿠자를 말리는 남자는 떠돌이 소년에게 권투를 제의했던 탄게 단페이로 전직 프로 복서이자 체육관 관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야쿠자에게 알코올중독자라고 비웃음을 받는 지경에 이른다. 자신과 소녀를 막 대하는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려 했으나 그가 내려오던 사다리를 야쿠자가 발로 밀쳐 땅에 떨어지게 돼 몽둥이로 뚜들겨 맞는다. 비겁한 공격을 보다 못 한 떠돌이 소년은 단번에 야쿠자를 때려눕히고 처음 보는 소년의 등장에 물은 그의 이름은 야부키 죠. 혼자서 야쿠자들을 모두 몰아낸다.






흉기를 들은 야쿠자들에게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죠를 지키는 탄게 단페이 / 이미지- 단행본 발췌




날이 저물어 잘 곳을 찾는 야부키 죠는 돈이 없어 하루만 신세 지려 들어간 여인숙에서 쫓겨나고 탄게는 그에게 권투에 천부적 소질이 있다며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추위를 피해 노숙인들이 불을 피워 모인 곳으로 함께 간 두 사람에게 낮에 싸웠던 야쿠자가 동료들을 잔뜩 데려와 위협한다. 흉기에 죠의 몸이 다칠까 염려된 탄게는 재빨리 공격해 기절시키고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야쿠자들의 무자비한 공격을 막아낸다. 때마침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야쿠자들은 도망가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두 사람을 현장에서 연행한다.




경찰서에서 나온 두 사람은 눈물 다리 밑에 판잣집을 세우고 조각 천으로 기워 만든 샌드백과 펀칭글러브로 권투 연습을 한다. 복싱 코칭을 받는 대신 죠에게 용돈을 주고 생활비 걱정을 덜어준다는 것으로 시작된 결합이었다. 권투체육관을 마련하기 위해 저녁엔 철야로 공사장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탄게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그가 체력 훈련과 권투 연습을 하는 방식을 계획해 하루빨리 제대로 된 선수로 육성하려 한다. 그러나 받은 용돈을 가지고 파친코로 가 도박으로 돈을 불려 물건을 사고 판매하다 경찰의 단속에 철수한 죠는 단시간에 큰돈을 벌기 위해 동네 어린이들을 보육시설에서 쫓겨난 고아들로 속여 거액의 기부금 사기를 벌인다. 사기 절도죄로 경찰에 붙잡힌 죠는 탈주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지는 가중처벌의 부담과 소년원 대신 감별소로 보내기 위해 탄게는 그가 숨어 있는 건물로 들어가 때려눕히고 경찰이 체포하게 만든다.





죠에게 프로 권투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 리키이시와의 만남과 대결 / 이미지- 단행본 발췌





독방에 갇힌 죠에게 탄게는 권투 이론이 적힌 엽서를 보내고, 엽서에 적힌 방법으로 몸을 움직이자 그동안 휘둘렀던 주먹과는 위력이 달라짐을 체감하고 놀란다. 재판을 앞두고 다수가 모인 큰방으로 이동한 죠는 먼저 들어와 있던 니시와 그 일당들에게 폭행당하고 식사마저 할 수 없게 하는 행태에 화가 나 탄게의 엽서로 익힌 복싱 기술 '잽(Jab)'으로 자신을 공격해 오는 놈들을 모두 물리친다.




감찰 기간이 끝나고 받은 재판에서 특별 소년원으로 송치가 결정된 죠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니시와 재회하고 소년원 탈옥에 서로 힘을 합치기로 한다. 소년원 밖에서 이뤄진 농장 작업에 먼저 들어온 소년원생들의 계략으로 돼지 축사에서 큰 소동이 벌어지고 죠는 이 혼란을 틈타 도망가지만, 출구를 코앞에 두고 날뛰는 돼지와 자신을 가볍게 주먹으로 제압한 리키이시 토오루의 방해로 무산된다. 프로 권투 선수인 리키이시의 펀치 위력에 충격을 받은 죠는 소년원에서 그와 권투 경기를 하고 무승부가 되지만 출소 후 반드시 프로 복서가 되어 링 위에서 정식 대결을 할 것을 결의한다.








(좌) <내일의 죠> 일본 코단샤 문고판과 학산문화사에서 탄생 50주년 기념으로 나온 국내 완전판 / 개인 소장




그 누가 알았을까? 1967년 12월 15일 처음 발표된 만화가 완결 후 5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오면서 스포츠 만화의 역사이자 권투 만화의 원류(源流)가 될 줄은. 국적과 세대 및 인종을 넘어 여전히 보는 이로 하여금 뜨거운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걸작 <내일의 죠 あしたの ジョー >. 5년 5개월의 연재 기간 동안 일본에서 사회 현상을 일으켰고 전 국민의 사랑과 주목을 받았다. 소년 만화 발전사에 깊이 새겨진 발자취는 세월이 흐를수록 정취를 더하며 왜 '전설'로 불리게 되었는가를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내일의 죠>는 당대 최고의 원작가와 만화가의 합심에 의해 만들어졌다. 원작은 '타카모리 아사오' 작화는 ' 치바 테츠야'다. 각자의 분야에서 정점의 기량을 선보인 전문가들의 만남은 만화 기획의 초기부터 엄청난 시너지를 보일 것을 예상했고 그 느낌은 적중했다. 양 극단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다른 성향을 지녔던 두 사람은 전혀 다르기에 생긴 각자를 특질을 절충하고 때론 싸우기도 하면서 존중했고 함께 작품을 완성해 갔다.








필명 '카지와라 잇키'로 활동 한 故 타카모리 아사키의 작품, (좌측) 생전 모습과 대표작 <거인의별>, <타이거 마스크>, <공수도 바보 일대> / 이미지-야후 /코단샤




1936년 9월 4일생, 원래 소설가가 되기를 지망했지만 생계를 위해 만화 원작의 의뢰를 받아들인 것을 시작으로 업계에 발을 내딛고 필명 '카지와라 잇키'로 활동 한 그는 소년야구 만화 <거인의 별 巨人の星 >이 빅히트 하면서 스타 원작가로서 인정받는다. 이후 정의로운 프로레슬러로 성장하는 이야기 <타이거 마스크 タイガーマスク>, 무도인 최영의를 모델로 만든 <공수도 바보 일대 空手バカ一代 >, 등의 수많은 작품 속에서 소년이 한 분야에 매진하며 겪는 시련과 그로 인해 흘리는 땀과 눈물, 역경을 이겨내고 최정상에 오르기까지의 분투를 다룬 성장 스토리를 주된 내용으로 삼았다. 불멸의 명작 권투 만화 <내일의 죠 あしたの ジョー>에서는 기존 인기 작품에 편승한 평단과 독자의 평가에서 벗어나고자 본명 타카모리 아사키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 '타카모리 아사오'란 필명으로 활동했다.




주인공이 고아이고 소년원에 수감되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설정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실제 그의 자유분방하고 과격했던 유년시절의 경험을 투영한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 하면 언뜻 진중한 분위기의 문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우람한 풍채, 반삭으로 자른 머리와 언제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은 쉽게 말을 걸기 어려운 분위기다. 터프한 용모와 타카모리 작품 필생의 주제였던 마초적인 남자들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는 무도(武道)에 대한 동경과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갈망을 작품으로 승화했다고 볼 수 있다.




뛰어난 재능으로 데뷔 후 젊은 나이에 부와 명성을 얻게 되지만 연이은 폭행 사건과 스캔들에 휘말리며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회적으로 고립 상태가 되고 건강마저 악화되면서 갑작스럽게 51세의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는 세상에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않았다. 빠르게 타오르고 순식간에 전소된 불꽃같은 한 남자의 삶은 작가의 피와 땀이 서린 작품에 인물들을 통해 독자의 가슴에서 영생의 길을 걷는다.







1-1978년 극작가 츠카 코헤이와의 대담 중 촬영 (왼쪽) / 2-같은 해, 전성기 시절의 치바 테츠야 / 개인 소장 잡지 발췌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간헐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팬들에게 근황을 전하는 만화가 치바 테츠야 / 이미지- 구글
1956년 발행된 치바 테츠야의 프로 데뷔작 < 복수의 꼽추 남자 復讐のせむし男 >의 단행본 표지와 내용 일부 / 이미지-야후


(좌) 1958년 첫 잡지 연재 소녀만화 <무도회의 소녀>와 같은 시기 그린 - <떠돌이 소녀> / 이미지- 개인 소장 잡지 발췌, 야후
전성기 시절 대표작 (좌) <내일의 죠>, <열풍 검도 불패>, <노타리 마츠타로>, <그린의 정복자> /이미지- 코단샤, 아마존




<내일의 죠>를 현실에 이미지로 실체화시킨 만화가 치바 테츠야. 1939년 1월 11일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일로 온 가족이 중국 만주로 이동해 생활하다 일본의 패전 후 다시 본국으로 귀향하게 된다. 어린 시절추위가 심한 만주의 겨울 집안에 틀어박힌 생활을 했는데, 성애가 낀 유리창과 철판 인쇄업에 종사하던 아버지가 가져오신 야유회지에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면서 지낸다. 유년기를 그림과 함께 해온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만화를 동인지에 기고하며 만화가의 꿈을 키우다 1956년 5월 25일 고등학교 2학년 재학 당시 단행본 <복수의 꼽추 남자 復讐のせむし男>로 데뷔한다. 본격적인 만화 잡지 연재는 소녀만화로 1958년 <무도회의 소녀 舞踏会の少女 >다. 소녀만화 장르를 그리면서 섬세한 감수성과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익히게 되었고, 이는 훗날 소년만화 장르에서도 등장인물의 서사와 심리 묘사를 표현하는데 탁월한 장점을 갖게 했다.




소년, 소녀만화를 왕성히 넘나들며 활약한 치바 테츠야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성장해 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소재로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한다. 대표작으로는 야구, 검도, 권투, 축구를 두루 거치며 발전하는 소년 <하리스의 바람 ハリスの旋風>, 야생 소년의 열혈 검도 만화 <열풍 검도 불패> (원제:おれは鐵兵), (처음으로 청년물에 도전했던) 스모의 세계로 들어간 청년 마츠타로의 이야기 <노타리 마츠타로 のたり松太郞>, 일본에 골프라는 운동의 대중적 인기를 가져온 <그린의 정복자> (원제:あした天氣になあれ)등이 있다.





1978년 <치바 테츠야의 세계>라는 타이틀로 대표작 일러스트와 그의 만화 역사를 알 수 있는 연도별 아카이브, 만화가가 된 계기를 그린 작품이 수록되었다 / 개인 소장
<치바 테츠야의 세계>에 수록된 자전적 만화 <지붕 뒤의 그림책 그리기- 만화가 '치바 테츠야'의 탄생>의 내용 중 일부로 온종일 집안에서 그림을 그렸던 일화를 보여준다/개인 소장




한때 일본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하급 문화로만 여겨지던 '만화'는 전후(戰後) 경제 재건의 사회적 시대상과 맞물리며 동양의 디즈니로 평가받는 일본 만화의 신, 천재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출현과 만화 붐이 일어나고 괴멸되었던 출판 업계가 활성화된다. 비약적 발전은 시대를 대변하는 작품과 만화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일본에서 만화를 바라보는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회적 호조(好調)는 단행본 이외에 만화가와 그들이 그리는 작품의 가치를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출판물을 만들었고 그 대표적인 예가 1978년에 나온 <치바 테츠야의 세계 ちばてつやの世界> 다. 당시 그림체뿐만 아니라 작품의 구성과 이야기까지도 독보적 스타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만화가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시리즈물로 기획된 이 책은 치바 테츠야를 비롯해 <데빌 맨>의 나가이 고, <은하철도 999>의 마츠모토 레이지 등의 최고의 만화가를 주제로 다뤘다.



치바 테츠야의 작품 세계를 다룬 이 화보집은 공전의 히트작 <내일의 죠>의 주인공 야부키 죠의 옆모습을 표지로 하여 작가의 만화 역사를 알 수 있는 연도별 아카이브 및 대표작의 컬러 일러스트와 만화가가 된 계기를 직접 그린 만화가 수록되었다. 만화 자체를 국가적 우수 문화 아이콘으로 여겨 대우하는 분위기에 조성된 일본의 사회적 자부심은 재능을 가진 사람을 아끼고 그 노력의 산물인 작품을 대우해 기리고 보존하는 방법으로서 책을 발행하여 기록하고 산업으로 정착시켰다. 그는 2차 만화 붐 시대를 선도한 작가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화풍과 긴 호흡에도 무너지지 않고 탄탄하게 만화를 그려낸다. 만화의 영향력을 하급문화라 여기며 천시하지 않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한 바탕은 현재에도 일본이 만화 왕국으로서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의 작품과 작가를 배출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대비, 생략, 강조로 대표되는 기존 소년만화에서 볼 수 없던 치바 테츠야만의 공간 미학을 보여주는 <내일의 죠>에서의 연출 장면 / 이미지- 단행본 발췌
권투라는 운동이 타격을 주고받으며 느끼는 육체적 충격과 심리 상태를 다양한 질감의 차이로 표현 / 이미지-단행본 발췌


평면적인 구도에서 약간의 선의 강약과 효과적인 대비로 원근감을 쉽게 표현 하는 센스 있는 컷의 표현
금속 펜촉을 이용해 그린 선으로 표현한 다양한 해칭 기법, 배경(심리표현)에 활용과 탄탄한 기본기가 느껴지는 구도와 동세 및 인체 표현 / 이미지- 단행본 발췌




일본 소년만화 단행본 판매 증대에 선두였던 <내일의 죠>는 아시아를 넘어 권투 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인 만화가 됐다. 원작가 타카모리 아사오(카지와라 잇키)의 평전 *<『내일의 죠』와 카지와라 일기의 기적『あしたのジョ-』と梶原一騎の奇迹 > 에서 저자는 "『ジョ- (죠)』는 카지와라 작품 중에서는 그야말로 이례 중의 이례, 만화가가 원작을 상당 정도 만지는 것이 허용된 유일한 작품이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전에 많은 만화가와 협업에도 용납하지 않았던 것으로 원작에 대한 '침범'으로 여겨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지만, 치바 테츠야의 역량에 대해 원작가가 가졌던 무한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 믿음을 근거로 치바 테츠야는 죠와 노리코의 데이트 장면과 요코의 고백 장면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마지막 엔딩까지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여 그린 내용으로 보다 개연성 있는 스토리 전개와 만화사에 전설이 된 결말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만화의 성공엔 권투라는 운동을 소재로 청춘의 도전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든 타카모리 아사오의 원작을 기대 이상으로 훌륭히 나타낸 치바 테츠야의 놀라운 표현력이 돋보이는 그림이 일등공신(一等功臣)이라 할 수 있다.




첫째로 공간 연출은 기존의 소년만화에서 볼 수 없었던 대비, 생략, 강조를 컷의 분할과 공간 활용으로 나타냈다. 숨 쉴 틈도 느껴지지 않는 링 위의 속도감 있는 대결과 상반된 정지된 물체 (공과 링 코너)를 한 화면에서 대비하며 경기장 안의 모든 시선이 격렬히 움직이는 두 사람(죠와 리키이시)에게 집중돼 멈춰진 시간 안에 살아 있는 유일한 존재로 느껴지게 만들어 중요도를 부각한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숨긴 카를로스가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이 상대 선수를 공격하며 파괴하는 장면은 공백(空白)으로 남기고, 그의 타격에 데미지를 입은 모습을 생략하여, 공격의 결과인 선혈이 공중에 흩뿌려지는 모습만 보여주고 놀란 사람들의 표정에 주목시키며 보다 극적인 장면으로 연출했다. 또한 속도와 의도를 가진 공격의 방향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죠의 팔 동작을 살린 선의 흐름, 힘의 방향을 강조해 공격을 받는 상대(카를로스)를 감춰 임팩트 있는 공격이 표현되었다.




둘째는 다양한 표현 기법을 능수능란하게 적용한 것으로 손재주가 노련한 만화가답게 펜촉과 잉크를 최적으로 쓰는 법을 터득한 기교(技巧)를 구사한다. 구불구불한 펜 선을 머리카락 부위에 빼곡히 채워 넣어 강력한 펀치를 맞은 머리가 충격을 받아 뇌가 이리저리 울리는 파급력을 표출하고, 매섭게 날카로운 펜촉의 질감이 느껴지는 가는 선을 여러 개 중첩시켜 밀집해 만든 **해칭(hatching) 기법으로 인체의 입체감과 배경 및 인물의 심리를 다양하게 묘사했다.




특히 금속 펜촉이 만든 선과 다른 시각적 질감 차이를 준 부분이 눈길을 끈다. 종이 겉표면의 까슬까슬한 촉감을 색연필 등으로 긁어 나타낸 것을 주먹의 힘과 무게감으로 치환하여 느끼게 하고 아직 권투 선수로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플레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필압을 주어 아주 진하게 칠해진 끝이 도톰하고 뭉툭한 사인펜의 선이 주는 러프한 느낌은 야성과 투지를 단번에 납득시킨다. 질감이 다른 소재의 차이로 보여주는 다양한 시도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하는 만화가로서 의지를 알게 한다.




마지막으로 훌륭한 기본기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인체의 묘사와 구도를 빼놓을 수 없다. 리듬을 타며 움직여야 하는 권투를 공격의 방향과 타격의 충격을 이미지로 표현하며 순간 시각적으로 왜곡되어 보이는 인체를 빠르게 캐치해 담아내고, 동세가 느껴지게 그릴 줄 아는 훌륭한 비례, 평면적인 구도에서 약간의 선의 강약과 효과적인 대비로 원근감을 표현하는 센스 있는 연출은 독자에게 쉽고 명료하게 만화를 그려 내용 전달과 재미를 함께 주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다.




다양한 요소로 응축된 힘이 느껴지는 치바 테츠야만의 그림은 숫돌에 오래 연마할수록 날이 서는 칼날처럼 시간이 더 해져도 무뎌지지 않고 예리함이 드러난다.







*인용 문구 발췌- <『내일의 죠』와 카지와라 일기의 기적 『あしたのジョ-』と梶原一騎の奇迹 > (사이토 타카오, 아사히 문고, 2016, 196p, 9-10)



**해칭(hatching)-해칭기법은 선이나 점을 밀집시켜 명암, 질감, 입체감을 표현하는 미술 기법으로, 소묘·판화·펜드로잉 등에 활용됩니다. [네이버]









<내일의 죠> 1화에 등장하는 야부키 죠의 초기 헤어스타일과 그의 시그니처 패션 / 이미지- 단행본 발췌
(좌)1965년작 <하리스의 바람>의 주인공 '쿠니마츠'의 헤어가 연재 초반의 죠와 비슷하지만 이후 더 길고 한쪽 얼굴을 다 덮는 유니크한 상징으로 변모한다/ 이미지-단행본 발췌
원작 만화에서 치바 테츠야가 직접 그린 컬러 일러스트에서 죠의 코트와 팬츠는 약간 푸른 기가 있는 밝은 회색으로 채색되었다 / 이미지- 구글
< 내일의죠 2 > 애니메이션 속 죠는 전편 <내일의 죠>에 이어 코트와 팬츠가 베이지색으로 표현되었다. / 이미지- 영상 캡처




치바 테츠야는 작화의 붕괴 없이 안정적인 그림 실력과 밀도 높은 구성의 만화 전개 방식으로 이야기 속 캐릭터 구현에 총력을 다한다.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을 얼마나 잘 어울리게 만들고 조합하느냐가 관건인 캐릭터 디자인은 <내일의 죠>에 와서 구체화되었다. 1965년작 <하리스의 바람 ハリス の旋風>의 주인공 '쿠니마츠'의 머리는 이전의 여러 작품에서도 자주 사용했던 헤어스타일로 <내일의 죠> 초기에 등장하는 죠 역시 동일한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길게 뺀 앞머리는 한쪽 얼굴을 다 뒤덮는 형태로 어디에도 없었던 유니크한 모습으로 변모한다.




크게 치우쳐진 머리카락으로 인해 가려진 얼굴은 그늘진 모습으로 정처 없이 떠돌던 소년의 불안정한 생활과 의지 할 곳 없어 황량했던 마음을 지닌 속사정까지 짐작케 하는 '사연 있어 보이는 얼굴'을 완성했으며 고독한 복서의 길을 걸으려 하는 인물을 나타내는 절대적 이미지가 됐다. 후대(後代) 만화 캐릭터 헤어스타일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으며 죠의 권투 필살기 '크로스 카운터'와 함께 대표되는 상징으로서 수많은 작품에서 패러디와 오마주를 낳았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죠의 고독한 복서의 얼굴을 만들어 주었다면 방랑하던 소년의 떠돌이 이미지를 만드는데 기여한 것은 단연코 그의 시그니처 패션에 있다. 어깨에 견장이 있고 카라가 높이 치솟은 하프 코트에 단색의 티셔츠와 스티치가 도드라진 데님을 입었다. 밀리터리 스타일의 하프 코트는 전쟁을 겪어 마음에 상흔이 남은 퇴역 군인을 연상하게 하며 소속된 연고 없이 떠돌다 사회 속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을 비유한다. 거주지 없이 옮겨 다니는 삶은 거추장스러운 짐을 가질 수 없기에 최소한의 실용성을 고려한 물건만 쓰며, 머리에 쓴 *뉴스보이 캡(newsboy cap)은 자외선 차단과 악천후일 때 눈이나 비가 얼굴에 닿지 않는 동시에 스타일 포인트도 된다.




긴 루프가 조절되고 입구를 여닫는 주머니 형태의 숄더백은 많은 것을 담진 못 하지만 옷 주머니에 수납이 다 안 되고 남은 물품을 보관하여 가볍게 들기 좋은 형태다. 여기에 거친 사람들의 시비를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죠는 다리의 움직임이 걸리적거리지 않게 발목이 보이는 앵클 팬츠 기장의 데님과 끈을 매지 않는 슬립온 슈즈를 신어 활동성을 더 했다. 상의의 코트와 팬츠는 같은 색상으로 세트 느낌을 주었고 만화는 컬러 일러스트에서 푸른 기가 있는 밝은 회색으로, 애니메이션에서는 밝은 베이지색의 컬러 데님으로 표현되었다. 단벌 신사인 죠의 형편에는 색상이 어두운 편이 오염에 티가 덜 나서 좋을 것 같지만, 훗날 그가 세계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하는 권투 선수로 성장하여 모든 기량을 새하얀 재가 되도록 아낌없이 쏟아부어 맞이하는 영광의 날을 내포한 점을 생각한다면 최고급 테일러드슈트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옷이라 하겠다.




*뉴스보이 캡 (newsboy cap)- 전체적인 모양과 앞에 차양이 붙은 점 등이 플랫캡과 거의 동일하지만, 플랫캡보다 둥글고 부피가 풍성하며 꼭대기에 단추가 달려 있다. [위키 백과]




권투로 만난 최고의 친구이자 최초의 라이벌 리키이시의 죽음 이후 트라우마로 퇴물 복서가 된 죠는 방황의 길을 떠나며 기존의 티셔츠가 아닌 니트를 입는다 /이미지-단행본 발췌
TV로 중계된 카를로스의 경기를 보고 숙명적 대결을 느낀 죠는 내기 도박 권투장을 떠나 도쿄로 복귀, 돌아올 순간을 예견했던 옷 니트를 입고 나타냈다 / 이미지- 단행본 발췌




야부키 죠가 그냥 치고받는 싸움 하나에 자신 있던 소년에서 '권투'라는 스포츠를 기본부터 다시 배우며 진심으로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꿈을 갖게 된 것은 소년원에 수감되었을 때였다. 갑작스러운 돼지 축사의 소동으로 소년원 탈옥을 시도하지만, 웰터급 프로 권투 선수였던 리키이시 토오루의 주먹에 맞고 쓰러져 실패한다. 이때 느낀 프로 선수의 펀치 힘은 죠에게 제대로 권투를 배워 정식 경기로 대등한 위치에서 겨루고 싶다는 로망을 품게 했다. 서로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던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라이벌로서 언젠가 반드시 승부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체적 조건이 현격히 달라 리키이시가 죠의 체중에 맞춰 밴텀급으로 건강에 무리한 체중 감량을 진행하고 약해진 몸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죠의 관자놀이 일격에 다운당할 때 로프에 뒤통수가 맞으며 생긴 뇌출혈의 영향은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




리키이시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하는 죠는 그를 가격했던 관자놀이가 있는 머리를 때리지 못하게 된다. 오로지 주먹을 이용해 상체만을 공격할 수 있는 룰을 가진 권투에서 머리를 때리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한다.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피하고 오로지 복부만 집중적으로 공격해 시합에서 승리하지만, 머리를 때리지 못하는 죠의 약점을 금세 주변에서 알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머리를 공격하는 데 성공했으나 죄책감과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트라우마는 머리를 때리면 구토를 하게 되는 반작용을 불러일으켰다. 더 이상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퇴물 복서로 낙인찍힌 죠는 메이저 무대에서 쫓겨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어 지방을 순회하며 내기 권투를 하는 곳에 들어간다.




친구의 죽음으로 마음의 한파를 느꼈던 죠에게 때마침 겨울로 들어선 계절은 새롭게 시작된 방랑의 길에 오를 때 처음으로 니트를 입게 한다. 손목과 네크라인의 립(Rib) 조직은 탄성이 있어 움직임에 편하고 몸판을 하나의 실로 짜 가볍고 따뜻한 통기성으로 옷의 가짓수를 적게 하고 멀리 떠나는 이에게 최적의 아이템이다. 천애 고아로 연고 없이 오랜 시간을 길 위에서 떠돌며 살았었지만 이번의 떠돌아다님은 니트의 등장으로 그 의미가 다름을 나타낸다. 거센 풍랑과 종잡을 수 없는 바다의 날씨에 배에서 일하는 선원들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 입은 것이 유래인 태초의 니트는, 뭍에서 망망대해의 바다로 떠나는 마도로스의 방랑자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그런 옷의 DNA를 갖고 있는 '니트'를 죠가 입음으로써 수혈된 '방랑'은 이후에 다시 돌아올 땅, 메이저 무대를 위한 선택적 행동임을 함축한 그의 결의가 담긴 옷의 표현이다.








권투는 아무것도 주어진 것 없이 세상에 버려진 죠에게 스스로 행동해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사람들과 유대를 맺어 혼자가 아닌 다수의 소속감을 느끼며 사랑의 감정을 알게 했다
권투를 잃게 됐을 때 자신을 지탱했던 몸과 정신이 모두 무너져 내림을 나타냄으로써 죠에게 권투가 지닌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이미지-단행본 발췌





삼류 내기 권투로 뛰어들어 방랑을 자처하는 것에는 죠에게 이 운동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1960년대 후반, 당시의 권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는 복서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죠의 권투는 무일푼에서 단번에 인생역전을 노리는 계층의 사다리가 아니다. 권투는 무(無)로 태어났기에 요구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게 더 많은 인생이라 여겼던 자신의 삶에서 처음으로 스스로 가진 흥미를 만족스러운 성취의 결과로 나타낸 유일한 것이었다. 태어나 세상에 유기된 소년이 본인의 쓸모를 증명하는 방법이자 도구로, 또한 혼자가 아닌 타인과 연결되어 만남을 지속하고 감정을 나누는 관계 속에 인간적 사랑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 게 했다. 살면서 처음 받아본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환대'는 사는 이유에 대해 고뇌했을 소년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 지켜야 하는 가치가 됐다.




죠가 소년원에서 출소해 프로 복서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지만 탄게 단페이에 대한 권투협회 사람들의 방해로 박탈된 체육관 승인 자격을 되찾지 못해 선수 등록을 할 수 없어 크게 좌절했던 순간이 있었다. 괴상하게 소름 끼치는 웃음과 심하게 뒤틀리고 어그러진 얼굴 표현은 그가 권투를 잃게 됐을 때 자신을 지탱했던 몸과 정신이 모두 무너짐을 나타내 권투라는 운동이 가지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에게 권투란 자신의 몸을 움직여 손에 쥐는 인간 야부키 죠의 존재의 명확성이다. 살아있는 생명의 강인함을 느끼고 직접 개척할 수 있는 움직임을 알게 된 순간,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오로지 앞만 보는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와 같던 인생에서 권투를 하면서 생긴 희망은 보잘것없던 인생에도 내일이 찾아올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자신의 존재 표현인 죠의 권투는 리키이시의 죽음 이후 변치 않는 선수로서의 철학을 갖게 한다. 헝그리 정신하면 떠오르는 권투는 손을 감싼 글러브가 전부로 무기는 두 주먹뿐이며, 대결의 평등함을 지키지 위해 무게 차이로 등급을 나눠 서로가 공정한 상태에서 맞붙는다. 무엇하나 동일하지 않고 각자 다른 조건을 타고 태어난 인생의 불평등 앞에 이 겨루기 조건은 인간으로서 매료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권투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인 '체중 조절'은 매우 어렵지만 강인한 의지로 기어코 해내야 하는 이 세계의 정의(正義)다.




체중을 기준에 맞춰 준비한 선수가 시합 자격을 얻는 정직한 운동 권투. 그 기준이 만든 공평함은 아직 성장이 다 끝나지 않아 나날이 골격이 커져 이미 무게가 밴텀급 한계 체중에 도달했음에도 죠가 권투 선수로 사는 한 '영원한 밴텀급'에 머물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과의 대결을 위해 생명을 건 강도 높은 감량으로 체급 조정을 하여 결국 목숨을 다한 친구 리키이시와의 우정과 의리는 본인 역시 끝까지 같은 체급에 머물며 친구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싶어서다. 그 체급에 머물기 위해 정신적 육체적 고갈을 마다하지 않는 죠의 몰입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권투 선수로서 투지 그 자체가 됐다.





처음 본 순간부터 요코를 의식했던 죠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자각하진 못하지만 서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 이미지- 단행본 발췌



상대의 빠른 공격에 격렬히 몸을 움직이면서도 자신의 중심을 지켜야 하는 권투는 죠에게 복잡한 대인관계와 감정의 교류도 피하지 않고 다가서며 자신도 조금씩 드러낼 수 있게 했다. 감정 교류의 진화는 그가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랑의 감정도 알게 한다. 법원에서 시라키 요코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를 의식한 죠는 '저 여자, 저 애'로 말하다 이름을 알게 되고 얼마 후 그녀의 이름 '요코'로 부른다. 친밀한 관계가 아니면 상대방의 이름에 경칭을 붙이는 게 일반적 예의인 일본의 요비스테(呼び捨て) 문화를 생각하면 이는 매우 적극적인 애정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시라키 재벌의 손녀로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존중받는 요코는 대개 "아가씨, 시라키씨, 시라키 관장님" 등의 사회적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에겐 꾸밈없이 이름 자체로 명명된다. 그러나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죠는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지조차 잘 모른다. 거칠게 살아온 습관이 밴 말투는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 한 말과 호의에 되려 화를 내고 투정하며 신랄한 비판과 막말, 과잉행동으로 표출된다. 실제 마음과는 반대되는 말과 행동으로 보인 *반동형성의 기재는 죠가 자각하진 못 했지만 그동안 이름을 부름으로써 가장 솔직한 사랑의 감정을 나타낸 것이었다. 그는 때론 아이처럼 철없고 과격 하지만 한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권투를 좋아하듯 요코에게 진심을 내보인다.




*반동형성(反動形成, reaction formation)이란, 불안을 유발하거나 수용되지 못할 감정 혹은 욕구 충동에 대하여, 그것과 정반대 되는 경향을 과장되게 만들어냄으로써 이를 억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에 따른 행동은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는 인상을 낳는다. [위키 백과]









의미를 담은 옷의 착용은 주인공 야부키 죠를 다층적으로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쓰였다. 극 중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패션 스타일'은 <내일의 죠>라는 작품에서 인물의 성격과 성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 독자에게 친절히 설명하는 이야기꾼의 역할을 대신한다.





(좌 ) 밑바닥으로 떨어진 삶을 나타냈던 블랙컬러의 낡은 옷은 죠와 함께 본격적으로 권투를 시작하며 달라진 마음가짐을 새로운 옷을 입어 보여준다
핸리넥 셔츠는 넥라인이 절개되고 단추로 여미는 방식으로 편안하면서도 활동적인 옷이다. 몰락 후 죠를 만나 제3의 권투 인생을 살게 된 탄게의 희망찬 앞날을 서포트 한다
그가 선수에서 관장으로 살다 나락으로 떨어진 뒤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권투에 대한 신념이 되살아 났음을 전통 신발을 착용하며 나타냈다 / 이미지- 단행본 발췌





탄게 단페이. 권투 선수 시절 한쪽 눈을 실명하여 은퇴하고 작은 체육관 관장으로 자리 잡는 듯하였으나 빚을 끌어다 키운 하나뿐인 선수의 배신에 모든 것을 잃고 자포자기하며 빈민촌 여인숙 거리로 오게 된다. 자신의 피를 팔아 술을 사 먹는 것이 낙이었던 주정뱅이 권투광으로 연명하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죠에게 복서로서 천부적 재능이 있음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끈질기게 흥미를 불러일으켜 권투의 세계로 인도하며 죠의 스승이자 탄게 체육관의 관장으로 거듭난다.




여인숙 거리에 주정뱅이 시절의 탄게는 낡고 뜯어진 검은 코트와 같은 색상의 팬츠를 입었다. 코트의 단추와 구두, 티셔츠에서 보이는 흰색은 검은색과 대비되며 '흑 아니면 백'으로 중간이 없이 확고한 그의 권투성향과 밑바닥으로 떨어져 어두워진 삶을 대변한다. 감별소를 거쳐 소년원으로 이어진 죠의 수감 생활 중에 권투 이론을 적은 엽서를 보내고, 그동안 자신의 통신 교육으로 수련한 그가 달라진 주먹의 위력을 체감하며 답장을 보내 권투 연습의 보람과 재미를 느껴 계속적으로 이론을 가르쳐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이에 감복해 직접 찾아가 특훈을 시켜주기로 다짐하고 이때부터 그의 옷차림이 변하며 달라진 마음가짐이 드러난다.




도트무늬에 팔꿈치는 체크무늬로 패치워크 한 재킷은 전보다 밝아진 그의 마음을 나타내며 단추로 여밈 처리가 된 헨리넥 셔츠(henley shirt)를 입는다. 네크라인이 절개된 형태로 입고 벗을 때 목 부분의 조절이 가능해 일반 티셔츠보다 늘어남이 적어 오래 입을 수 있는 헨리넥은 권투체육관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일하며 돈을 모으고 궁리한 현명한 소비였다. 단추가 달려 있어 재킷과 함께 매치할 때 셔츠와 비슷한 모양으로 격식을 갖춘 듯한 느낌도 나기에 체육관 관장으로서 위신을 살리고 대외활동을 하기에도 좋다. 여기에 노리코가 만들어준 검정 페도라를 같이 착용하여 진중함까지 추가되었다.




유독 주목할 만한 큰 변화는 신발이다. 서양식 구두에서 일본 전통 신발 조리와 이를 신을 때 착용하는 버선인 다비(たび)로 변경된 모습은 나락으로 떨어진 뒤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권투에 대한 오래된 신념이 되살아 났음을 의미한다. 격언을 가슴에 새기며 왕성히 활동했던 시절을 반추하고 권투로서 죠와 함께 도약하려는 의지를 바로 세운 행동이다.






소년원에서 처음 만났던 야부키 죠 최초의 라이벌 리키이시 토오루, 건장한 체격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시라키가의 후원을 받는 리키이시는 이니셜이 새겨진 피케셔츠와 댄디한 모습으로 옷차림까지 관리하며 최고의 지원 속에 엘리트 복서의 길을 걸으려는 그의 야심을 느끼게 한다
엄청난 체중 감량을 해 낸 리키이시, 죠와 운명적 대결을 위해 링에 오른다.댄디한 사복 취향처럼 선수용 가운에 깔끔한 선을 강조한 한자와 영문 레터링이 새겨져있다 /단행본 발췌




죠가 권투에 진심이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최고의 라이벌이자 친구 리키이시 토오루, 서구적인 얼굴형과 건장한 체격의 프로 복싱 웰터급 6라운드 선수로 데뷔전 이후 13KO승을 달성하던 기대주였다. 시합에서 야유하는 관객을 폭행하고 협회의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에 불복해 일으킨 폭력 사건으로 소년원에 들어온다. 돼지 축사 소동을 이용해 탈옥하려는 죠를 주먹으로 제압하지만 죠의 잽(Jab)이 프로 선수 못지않은 것에 놀란다. 소년원에서 무승부로 끝난 두 사람의 대결 이후 언젠가 프로의 링 위에서 반드시 승부를 다시 겨룰 것을 다짐하고, 자신보다 체격이 작은 그와의 대결을 염두에 체중 감량으로 체급을 페더급으로 조정한다.




리키이시는 시라키 재벌가의 후원을 받는 소속 선수로서 막대한 자본력으로 세워진 첨단 설비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 공식 행사에서 입는 댄디한 슈트, 자신의 이니셜이 새겨진 피케셔츠와 가방 등은 미국 상류층 학생들이 입었던 아이비리그룩이 연상되며 최고의 지원 속에 엘리트 복서의 길을 가려는 그의 야심이 느껴진다. 프로 데뷔 이후 빠르게 성장하여 자신을 추격하는 죠의 놀라운 실력에 고대했던 두 사람의 대결이 임박함을 느낀 리키이시는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강도 높은 체중 감량으로 죠의 체급인 밴텀급으로 단시간 감량에 성공한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고 비쩍 마른 근육과 날렵해진 얼굴은 달관한 표정을 지으며 오른 링에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하얀색 가운을 입고 등장했다. 세련된 사복 취향처럼 등에 이름을 깔끔한 선을 강조한 한자와 영문 레터링으로 새겨 권투 선수로서 본인의 이름에 가지는 자부심을 나타냈다.




물 한 모금조차 허락하지 않는 극악의 감량을 이겨내고 치러진 경기에서 죠에게 승리하지만 무리한 체중 조절로 약해진 몸 상태에 시합 때 조의 펀치에 맞아 다운당할 때 받은 충격으로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하게 된다. 연재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리키이시의 죽음은 독자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고 이는 세계 최초로 캐릭터 장례식을 치르는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남미의 뜨거운 정열과 자유로움을 프린지 장식의 옷을 입어 표현한 카를로스 리베라
권투, 여자, 춤 - 그가 열정을 쏟는 모든 것에 사랑을 느끼는 남자라는 걸 상징하는 하트가 새겨진 가운을 입고 링 위에 오른다
타고난 멋쟁이, 죠와의 숙명적 대결에 만족하며 마지막까지 멋진 모습으로 출국하는 카를로스 / 이미지- 단행본 발췌




카를로스 리베라, 세계 밴텀급 6위로 '베네스웰라의 전율', '굶주린 흙 표범'으로 불리는 공포의 대명사인 것과 달리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첫 등장에서 남미의 뜨거운 정열과 자유로움을 프린지 장식의 옷을 입어 나타냈다. 권투, 여자, 춤. 그가 열정을 쏟는 모든 것에 사랑을 느끼는 남자라는 걸 상징하는 하트가 새겨진 가운을 입고 보여주며 링 위에 오를 때조차 타고난 쇼맨십을 발휘하여 관중을 즐겁게 한다.




세계 챔피언에 도전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지만 링 위에서 의도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모두 발휘하지 않고 *세컨드인 로버트와 협의하여 항상 적정한 선에서 경기를 승리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시라키 요코의 초청으로 방문한 일본에서 야부키 죠와 만나 처음으로 진지하게 대결하고 싶은 끌림을 느끼고 예정에 없던 죠와 경기를 하게 된다. 카를로스는 선수 생활 최고의 플레이로 더 높아진 자신감과 실력을 확인하게 되었고 죠는 머리를 때리지 못하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메이저 대회의 선수로 당당히 복귀하게 된다.





*세컨드- 권투 선수를 도와주는 보조자





자의적 헝그리 복서 김용비, 그의 아픈 과거로 비롯된 차 마시기 식사, 군대와의 인연이 떠오르는 피코트 스타일의 라펠이 넓은 블랙 더플코트가 인상적이다
철저히 계산된 기계처럼 차가운 운동능력으로 자신을 제어하는 권투를 하는 그를 나타내는 회색의 가운 / 이미지- 단행본 발췌




한국의 밴텀급 동양 챔피언 김용비는 마치 컴퓨터가 치밀한 수학적 계산으로 짜 놓은 듯한 빈틈없이 차갑고 단호한 플레이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이 체중 감량의 고통을 호소하지만 그는 자의적 헝그리 복서로 식욕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이상적인 체중을 유지한다. 한국전쟁을 겪은 전쟁고아로서 생사를 위협하는 포화(砲火)의 공포보다 극심한 굶주림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가슴 아픈 개인사는 음식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탐욕을 꺾어 성인이 되어서도 위가 자라나지 않아 배부르게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몸이 되게 했다.




그의 늘 절식하는 생활은 권투라는 운동 이외에 모든 것을 단순화한다. 아픈 과거로 비롯된 간결한 차 마시기 식사, 흰색 터틀넥 니트에 군대와의 인연이 떠오르는 피코트 스타일의 라펠이 넓은 블랙 더플코트로 미니멀한 패션은 링 위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냉철한 시선으로 중심을 잡고 권투를 하는 그의 움직임이 흑과 백의 중간인 회색의 가운으로 표현되었다.





권투를 배우며 서양 문물을 접한 하리마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초콜릿! 그를 권투로 입문시킨 스승이 영국인인 것과 연관 지은 다양한 체크무늬의 발상지 영국을 상징하는 체크무늬 정장
그의 야생, 야성과 어울리는 표범의 레오파드 무늬가 새겨진 가운을 입고 등장하는 하리마오 / 이미지- 단행본 발췌




말레이시아 오지에 살던 원주민으로 현대 문명과 단절된 삶을 살던 하리마오는 취재로 방문한 영국의 신문기자 겸 권투 전문가의 눈에 띄어 복서가 된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데뷔 후 치른 경기에서 17전 17승을 모두 KO로 이긴 놀라운 이력을 가졌다.



일본에 입국할 때 하리마오가 입은 체크무늬 정장은 그를 권투로 입문시킨 스승이 영국인인 것과 연관 지은 옷이다. 다양한 체크무늬의 발상지 영국을 상징하는 체크는 여러 가지 색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선의 예술. 시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는 막무가내 공격과 다양한 변칙 기술을 사용하는 그에겐 재단 시 철저히 계산하여 체크무늬가 서로 틀어짐 없이 이어지도록 맞추고 봉제해 만든 편안하고 멋진 슈트조차 도시의 획일적인 규칙이 만든 거추장스러운 물건일 뿐이다. 하리마오에게 현대 문명이 알게 한 것 중 가장 좋은 것은 초콜릿과 권투이며, 링 위에선 야성이 살아 있는 그와 어울리는 표범의 레오파드 무늬가 새겨진 가운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선다.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인기와 명성, 부를 갖고 있는 세계 챔피언 호세 멘도사는 공식 석상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주변에 인식시키는 화려한 옷을 착용한다
고가의 시계와 헌팅 셔츠는 그가 경제적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취미 생활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는 링 밖에서도 언제나 흐트러지지 않는 최고의 모습을 유지하며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아버지의 역할에도 소홀함이 없다
경기에 따라 바꿔 입는 가운은 아무런 무늬가 없다. 링 위에서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을 추구하는 선수인 그의 성향이 반영된 옷이다 / 이미지- 단행본 발췌




권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듣는 멕시코의 무결점 밴텀급 세계 챔피언 호세 멘도사. 링 위에서 코크 스크루 펀치로 보여주는 파괴적인 폭력성과 달리 링 밖에선 아내와 자녀에게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의 모습으로 살며, 훈련과 건강 관리에도 철저해 오랫동안 최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인기와 명성, 부를 갖고 있으며 공식 석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주변에 인식시키는 화려하고 세련된 옷을 착용한다. 고가의 시계와 헌팅 셔츠는 그가 경제적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취미 생활을 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재킷 안에 베스트를 갖춰 입는 정석적인 스타일은 철두철미하게 복서와 개인의 삶 모두를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호화스러운 사복 패션과 달리 경기에 따라 바꿔 입는 가운은 아무런 무늬가 없는 단색이다. 링 위에서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을 추구하는 선수인 그의 권투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수많은 관중의 이목이 집중된 사각의 링에서 자신은 조명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는 챔피언 벨트와 함께 오랫동안 영광의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해 그 이외에 다른 장식은 불필요하다 느낀 것이다.





재벌가 3세로 조용한 행보를 하던 요코는 단아하고 우아한 원피스, 발등과 발목이 보이는 펌프스, 절제된 하이주얼리 착용으로 세련된 상류층 여성의 전형적인 룩을 보여준다


작품 초기 만화에서 소녀 요코의 청초한 모습이 돋보이는 패션을 애니메이션에서도 동일하게 따라갔다 / 이미지- 단행본 발췌, 영상 캡처




작품의 히로인 시라키 요코. 시라키 재벌가의 하나뿐인 손녀다. 어려서부터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에 관심을 갖고 기부와 봉사활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몸소 실천한다. 착한 마음씨에 아름다운 외모와 재벌가 3세라는 배경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모습에 주변의 모든 이에게 추앙받는다. 그러나 단 한 명, 야부키 죠는 자신의 사기극에 선뜻 거액을 기부한 요코가 기부를 통해 얻는 자기만족을 즐길 뿐이라며 그녀의 선행을 비하한다. 이후 정기 봉사활동을 하러 찾아간 소년원에서 조우하고 죠와 리키이시의 권투 대결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후원하게 된다. 두 사람의 시합에 감동받은 소년원생들이 권투를 배우며 규칙을 익히고 그 속에서 사회의 질서도 이해하는 모습에 요코 역시 감격하여 권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시라키 체육관 기대주였던 리키이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체육관을 매각하려는 시라키 회장에게 요코는 관장으로 취임할 것을 요청한다. 리키이시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에 트라우마가 생겨 방황하는 죠를 되살리기 위해 직접 권투 업계의 일원이 되어 나아갈 방법을 모색하려 한 것이다. 이때부터 그녀의 옷차림은 구별된다. 할아버지의 곁에서 사랑스러운 재벌가 아가씨로 조용한 행보를 하던 개인과 체육관 관장으로. 각각의 사회적 역할에 따라 철저히 분리된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며 심경의 변화를 나타낸다.





1960년대 패션 스타일을 다양하게 연출한 요코-미니스커트, 시스루 재킷, 슬리브리스, 크롭티, 비키니등 당시 일본에 일반 여성들보다 과감한 옷차림도 거리낌 없이 입어 표현했다
패션 아이콘 '트위기'로 대표되는 1960년대 유행 미니스커트, 구조적 형태와 기하학적 패턴, 비비드 한 컬러는 전 세계적 사랑을 받았다 / 이미지- 단행본 발췌, 사진-구글





그녀는 자신을 가꾸는데 소홀하지 않고 때와 장소에 맞게 잘 갖춰 입는다. 좋은 소재와 깔끔한 봉제로 완성된 옷과 전체적 스타일을 고려한 액세서리 매칭은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데 이는 부유한 재벌가 자제로 태어나면서부터 누린 경제적 자유가 준 행운이다.



1960년대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패션 스타일인 구조적 디자인, 기하학적 패턴, 미니스커트와 플레어 팬츠로 대표되는 아이템은 요코가 '개인'으로서 활동할 때 입는 옷으로 소녀였을 때부터 입던 밝고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옷차림이 트렌드와 결합해 진화된 형태다. 어깨가 드러나는 슬리브리스, 살결이 비츠는 시스루 소재, 복부가 노출이 되는 크롭티와 비키니등 당시 일반적인 일본 여성들보다 과감한 노출과 실험적인 디자인도 거리낌이 없이 시도했다. 최신 유행의 옷을 노출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착용하고 해외 바이어와 의사소통이 원활한 외국어 실력으로 미루어 그녀가 어려서부터 좋은 교육을 받고 다양한 해외 경험을 했다는 걸 알 수 있게 한다.





관장으로서의 요코는 팬츠에 셔츠와 재킷, 카디건과 트렌치코트로 활동성을 스카프와 블라우스로 세련되고 우아한 커리어 우먼의 패션을 보여준다. /단행본 발췌
애니메이션 <내일의 죠 2>에서는 전편과 다르게 만화의 요코 패션을 따르지 않고 개인과 관장이라는 역할 분리 없이 일관된 스타일로서 성숙하고 폐쇄적인 느낌의 옷을 입는다/영상캡처




시라키 체육관의 관장으로서 취임하며 관중에서 권투 업계 관계자가 된 요코는 적극적 활동을 위해 원피스와 펌프스를 신는 착장을 줄이고 팬츠와 발등을 덮는 로퍼를 이용한 옷차림에 비중을 높였다. 팬츠를 중심으로 셔츠와 재킷, 카디건과 트렌치코트로 활동성을 주고 스카프와 블라우스로 세련되고 우아한 감성까지 더 한 커리어 우먼의 패션을 보인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내일의 죠 2>에서는 전편과 다르게 만화의 요코 패션을 따르지 않고 옷으로 나타내는 개인과 관장이라는 역할 분리가 없다. 몸을 다 가리는 롱 원피스와 팬츠,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는 롱부츠를 신어 맨살을 감추는 등 성숙하고 폐쇄적인 느낌을 강조한 일관된 스타일로 옷이 가진 의미를 단순화했다.




신중한 성격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생머리와 기품 있는 동양 미인 요코에 초점을 맞춘 애니메이션은 옷을 통해 캐릭터의 복합적 면모를 표현한 만화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드는 설정이다. 작품 안에서 그녀는 복싱 프로모터로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데 패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만화가 치바 테츠야가 소년만화에 비해 다채로운 디자인의 옷을 입는 소녀만화를 그리며 익혔던 '인물에 대한 이해'는 옷으로 표출된 사람의 심리와 행동양식이 중요함을 알게 했고 그는 스포츠 소년만화 <내일의 죠>에서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요코는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귀하게 자란 재벌가 아가씨'라는 편견에 부합한 사랑스러운 꽃무늬 원피스를 입어 상대방의 경계를 누그러트리고 방심하게 했다/이미지-단행본 발췌




요코는 의도에 따라 옷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해 자신이 계획한 일에 능동적으로 활용한다. 밴텀급 동양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매스컴과 여론을 의식하여 달라진 죠에게 야성을 되찾아 주기 위해 간부들을 파견해 세계를 뒤져 말레이시아의 하리마오를 찾아낸다. 하지만 무명의 선수인 그가 동양 챔피언 죠와 대결하려면 프로 랭킹이 필요하기에 그녀는 이제 막 떠오르는 스무 살의 일본 동양 밴텀급 6위 타키가와 슈헤이를 하리마오가 무너뜨릴 대상으로 섭외한다. 프로 랭킹이 없는 하리마오와의 시합에 요코가 제시한 막대한 금액의 파이트머니는 상대편에게 거부하기 힘든 조건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계약을 성사함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그녀의 제의에 아무런 의심을 할 수 없도록 만든 옷차림에 있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귀하게 자란 부잣집 아가씨'라는 그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갖는 편견을 영리하게 반영한 퍼프소매 꽃무늬 원피스를 입어 상대방의 경계를 누그러트리고 방심하게 한 것이다. 사랑스러운 재벌가 공주님에게 검은 내막이라는 건 상상할 수 없도록 마음에 걸린 빗장을 푼 옷의 위력이다.





셔츠블라우스에 스카프를 넥타이처럼 연출하고 플레어 팬츠로 복싱 체육관 관장이자 프로모터로서의 전문성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비지니스 룩을 완성했다.
기자회견 및 시라키 체육관의 간부들과 회의를 마친 요코, 넓은 회의실의 큰 테이블엔 남성 간부들이 핀 담배꽁초가 재떨이에 수북이 남았다/ 이미지- 단행본 발췌
애니메이션의 요코는 남성 세계를 상징하는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고 담배를 피움으로써 복싱의 세계에서 남성과 대등하게 일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이미지-영상 캡처




자신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활용해 계획을 성공시킨 것 과는 반대로 전문성을 강조하며 교섭과 지시를 내려야 하는 상황에선 팬츠를 활용한 패션으로 관장의 위치를 보는 이에게 일깨운다. 밴텀급 세계 챔피언 호세 멘도사와 죠의 경기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며 방송국과 거래를 할 때, 세계 속에서 죠의 야성을 되살릴 시합 상대를 찾기 위해 연륜 있는 권투 업계 베테랑 간부들 앞에서 명령을 내리는 일에 요코의 옷은 최일선에서 함께 싸운 전우와 같다. 모든 관계자가 남성으로 이뤄진 세계에서 유일한 여성인 그녀는 어깨 각을 살린 패드가 들어간 검은 정장 재킷을 착용한 경직된 분위기의 사람들 속에서 드레이프성이 느껴지는 하얀 셔츠블라우스와 팬츠에 스카프를 넥타이처럼 묶어 연출했고, 유연하게 돋보이는 존재감을 나타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모든 일을 마친 후 넓은 회의실에 홀로 남겨진 모습은 긴장이 풀려 녹초가 된다. 간부들이 담배를 피우며 회의를 하는 모습으로 빗댄 '남자들만의 세계=권투의 세계'는 분명 그녀의 심신을 고단하게 하지만 힘겨움을 잘 이겨내고 뜻한 바를 이루도록 돕는 의미를 담은 옷은 한 사람의 성장을 작품 안에서 매력적으로 녹여낸다. 타카모리 아사오가 글로서 전 한 원작 내용을 캐릭터에 대한 심층적 부분까지 접근해 옷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영민하게 표현한 만화가 치바 테츠야의 섬세함과 치밀한 디테일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의 그림에 총기가 흐르게 하는 부분이다.





경기 중 과격한 장면이 나오면 항상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스스로 한심함을 느끼는 요코, 유일한 여자로서 권투의 세계에 속한 자신의 존재에 고민한다
짧은 대화 속에 처음으로 죠가 요코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순간이 있었지만, 요코는 말을 잊지 못하고 침묵한다. / 이미지- 단행본 발췌




재벌가 3세로 탄탄대로인 요코의 인생에 있어 권투 체육관의 관장이 된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사회 진출이 늘었다곤 하지만 가부장적인 1960년대 일본 사회에서 여성이 주도적으로 사회에 나와 일을 하는 것에 어려움과 편견이 만연했고, 주변에서 인식하는 재벌가 손녀라는 위치는 온실의 꽃처럼 보호받고 사는 귀한 부잣집 아가씨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녀는 계속 고민한다. 권투 경기에 과격한 장면이 나오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죠를 위해 뒤에서 애를 쓰고 도왔던 행동의 근원을 느끼면서도 그가 자신의 마음을 묻는 순간엔 침묵으로 말을 잊지 못하고 회피한 것에. 권투의 세계에서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일에 수반된 모든 사항은 보호 속에 살던 '여자'가 이루기에는 역부족이라 느낀 것이다.





결말에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요코가 입은 옷이 판이하게 다른 것처럼 각각의 작품은 극단적으로 다른 엔딩을 보여준다 / 이미지-단행본 발췌, 영상 캡처




'어울릴 수 없는 남자의 세계'인 권투는 그 속에서만 살 수 있는 남자 야부키 죠 역시 고아이자 소년원 출신으로 재벌가 사람인 자신과는 동떨어진 세계에 살고 있기에 결코 닿을 수 없는 존재라 여긴다. 그러나 죠가 중증의 *펀치 드렁크 증세를 보이면서도 세계 챔피언과의 시합을 강행한 당일, 요코는 감춰왔던 진실된 마음을 터트리며 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폐인이 될지도 모르는 링에 오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은 그녀에게 자신이 속한 가문과 사회적 지위를 개의치 않고 솔직한 감정을 내보이게 했다.




일생의 부탁이라고 눈물로 애원하며 죠에게 시합 중단을 얘기하지만 요코를 뒤로하고 그는 링에 오른다. 처절하게 호세에게 맞아 피를 흘리는 모습에 경기장을 떠나지만, 일순간 두려움에 회피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여전히 제대로 응시하지 못하고 피한 것을 깨닫는다. 사랑을 고백했던 용기는 죠가 선수로서 가려는 길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도왔고 함께 마주하고 싶은 미래를 위해 더는 도망치지 않는 결심으로 이끈다. 링 코너로 다가가 죠에게 자신이 마지막까지 다 지켜볼 것을 말하며 응원한 요코에게 그는 경기 종료 후 착용했던 글러브를 벗어 건넨 것으로 그녀가 사랑을 고백했던 마음에 응답한다.




죠가 선수로서 모든 기량을 하얗게 불태운 이후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결말이 다른 것은 요코가 입은 옷이 서로 판이한 스타일인 것에서 예견된 미래다. 만화에서 그녀가 자주적 경향을 보이며 행동을 이끈 날들에 입었던 '팬츠'를 이용한 코디는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 힘이 되어준 옷이었다. 그 힘이 가진 저력은 경기 당일 죠의 복싱 트렁크와 같은 배색인 블라우스 재킷이 목을 감싸는 높은 하이넥 카라와 손목의 하얀 커프스가 왕관을 연상하게 하는 디자인으로 옷을 입는 주체를 도와 두 사람에게 마지막 경기 끝에 펼쳐질 함께 하는 영광의 날이 다가올 것을 확정한 것이다.





*펀치 드렁크 (punch drunk)- 복싱선수와 같이 뇌에 많은 충격과 손상을 받은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는 뇌세포손상증으로, 혼수상태·정신불안·기억상실 등 급성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치매·실어증·반신불수·실인증(失認症) 등 만성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생명을 잃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떠돌이 소년 시절부터 함께 한 야부키 죠의 데님은 권투와 만나며 입문 처음에 가졌던 초심을 간직한 신념이 깃든 증표가 됐다./ 이미지- 단행본 발췌




옷은 요코에게 변화를 이끌어내며 행동으로 소망을 이루고 자신을 표현하는 의미를 지닌 가장 훌륭한 수단이다. 죠 역시 떠돌이 소년에서 동양 챔피언이 되기까지 만들어 간 모든 것에 함께 한 의미 있는 옷이 있다. 가장 낮은 위치에 있을 때부터 부와 명예를 가진 운동선수가 되어서도 언제나 입었던 데님. 주변의 모든 것이 바뀌어도 변치 않았던 그 옷은 권투를 시작하며 가진 선수로서의 신념을 간직한 증표다.




신념이 부여된 죠의 데님은 (만화 기준) 푸른 기가 도는 밝은 회색의 컬러 청바지로 권투 선수로서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후 대미(大尾)를 장식한 하얀 재가 된 모습과 같은 선상에 있다. 광부를 위해 발명된 청바지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남자를 위한 워크웨어로서 시작된 것으로 거친 야성을 품고 사각의 링이라는 정글에서 싸우는 맹수와 같은 죠에게 이보다 더 자신을 대표하는 옷은 없을 것이다.




홍보를 위해 <맨즈 클럽>에 처음 잡지 광고를 낸 이후 꾸준한 전개 속에 2003년 선보인 <내일의 죠>와의 콜라보는 에드윈과 만화의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주었다 / 개인소장
일본 남성 캐주얼 패션 잡지 <Boon> 2003년 10월호에 수록된 에드윈 NEW 503을 입은 야부키 죠 / 개인 소장
2003년 죠와 함께 에드윈 503과 505를 입고 모델로서 잡지 광고에 실린 리키이시 토오루 / 이미지- 야후
'일본 스탠더드'를 503 품번의 데님에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2025년의 에드윈(EDWIN) /에드윈 일본 공식 홈페이지 캡처
2025년 에드윈 503 SLIM TAPERED 데님 팬츠 / 사진- 에드윈 일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내일의 죠> 만화 속에서 데님의 텍 버튼과 백 포켓을 생략하고 벨트 루프와 스티치를 이용해 최소한의 특징으로 나타낸 것과 같이 청바지의 파란색과 스티치를 강조한 간결한 일러스트로 브랜드 탄생 이래 최초의 잡지 광고를 시작했던 에드윈(EDWIN)은 눈에 띄는 행보로 독자에게 선명히 각인된 죠의 권투 인생과 닮아있다.




1947년 츠네미 요네하치상점에서 창업의 뿌리를 둔 일본 데님 브랜드 에드윈(EDWIN)은 서양인의 체형에 맞춘 미국 청바지를 보며 동양인인 일본 사람의 몸에 맞게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국내에서 직접 생산을 시작해 판매한 일본 청바지 브랜드의 본류(本流)다. 물자가 부족했던 일본의 전후(戰後) 사회 재건의 시기에 상점에서 식료품과 함께 판매를 시작했던 미국 중고 청바지는 큰 인기를 끌었고 부족한 자금과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스스로 청바지 산업을 일궈 내게했다.




권투 스포츠 만화의 원류(源流)로서 <내일의 죠>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허허벌판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세상에 버려진 고아 소년 야부키 죠가 거친 세상 속에서 권투를 만나 삶에 꿈과 희망을 갖고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신념은 스스로 노력해 쟁취하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데님의 튼튼한 내구성이 가진 질긴 생명력으로 나타내며 처음부터 끝까지 죠의 인생에 동행한다. 에드윈은 1997년 베이식 한 실루엣을 최대로 살려 탄생시킨 'Regular Straight 503' 시리즈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고 그보다 먼저 NEW VINTAGE라는 콘셉트로 발매되었던 'EDWIN 505'와 더불어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이 된다.




1973년 5월 <내일의 죠> 만화 연재가 막을 내린 지 30년 후인 2003년. 에드윈은 NEW 503,505 라인의 청바지 광고 캠페인의 모델로 야부키 죠와 리키이시 토오루를 발탁한다. 착용 시 매끄러운 촉감을 느끼도록 면을 가공한 이 데님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구사하는 두 권투 선수가 입고 훈련을 할 정도로 편안한 청바지임을 말해준다. 밴텀급인 죠는 슬림한 체형에 맞게 503을 밴텀급과 웰터급을 다 거친 리키이시는 503과 와이드 한 실루엣의 505를 같이 입었다. 품질에 대해 한 치의 양보 없이 청바지를 만드는 브랜드와 혹독한 훈련으로 시합에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노력하는 복서의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은 같은 결로 이어져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진심을 만든다.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옷과 캐릭터 / 사진- 개인소장, 일러스트- 단행본 발췌





기부 사기로 세상을 속여 인생역전을 노렸던 불량소년 시절의 야부키 죠가 소년원으로 떠나게 됐을 때, 그의 스승 탄게 단페이는 말했다.


"설령 오늘이 아무리 힘들어도 권투만 잊지 않고 있으면 내일은 반드시 온다!"


왼손으로 적에게 잽(jab)을 날려 공격의 돌파구를 열면 곧바로 오른손 스트레이트(Straight)를 가격하는 권투의 기본 기술처럼 스스로 몸을 움직여 만들어내는 행동 속에 사는 오늘은 희망이 피어난 진정한 내일과 함께 찾아온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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