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나라의 데님 -4

- 나의 데님 로드 ( My Denim Road ) -

by 블루 캐롯












거리엔 네온사인보다 더 황홀한 불빛이 가로수를 감싸며 나타났다. 하나 둘 켜지더니 어느새 온통 황금 불빛이다. 시간은 저녁 8시가 넘었고, 문득 잊고 있었던 일정이 떠올랐다. 그것은 시부야 루미나리에였다. 루미나리에란 전구로 다양한 색을 연출하는 빛의 축제인데, 매년 일본의 전국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부야의 '푸른 동굴'로 불리는 축제는, 이맘때하고 있어서 이왕 방문한 김에 꼭 보고 가려고 했었다. 도내 5위권 안에 들 정도로 아름답다는 말을 들어서 매우 궁금했다.



인터넷에 시부야 푸른 동굴에 관한 포스팅에 링크된 일본 사이트를 번역해서 축제 장소의 주소를 알 수 있었다. 구글 지도로 좌표를 찍고 서둘러 걸었다. 그런데 큰길은 잘 갔지만 갈림길이 나오면서 길을 헤매게 되었다.( 이때 확실히 알았다. 나는 정말 전자 지도를 못 보는구나. )









그러다 우연한 특징을 발견했다. 하라주쿠에서 시부야 쪽으로 오면서 불빛의 색상이 황금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며 일정한 거리가 동일한 색으로 빛났다. 그때부터 어지러운 전자 지도는 끄고 파란빛으로 장식된 가로수를 따라 이동했다.









파란빛을 등대 삼아 찾아갔던 나의 직감은 적중했다! 눈에 띄게 영롱한 빛이 한데 모여 수많은 인파가 모인 그곳에 도착했다. 이웃 나라의 데님을 보기 위해 시작된 여정의 마지막 밤, 그에 상응하는 인디고 빛 별천지가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빛이 응집된 중심부로 가까이 가자, 야광 물질이 발광하듯 불빛이 타올랐다. 고요한 빛 속에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소속이 없는 상태였다. 내가 데님 디자이너로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데님을 하려 하는가? 무수히 많은 물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명쾌한 해답은 없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을 수 있다는 자체가 소중했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시 한번 이곳에 올 것을 다짐하면서 숙소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영화 하치이야기의 주인공 하치코. 주인이 죽은 뒤에도 9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늘 배웅하던 시부야역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하치코가 죽은 후 이를 매우 슬퍼하던 사람들이 넋을 기리기 위해 역 앞에 동상을 세웠다. 아즈사와 시부야역으로 가는 도보에 하치코의 캐릭터가 채워진 벽면을 발견했다. 역시! 명실공히 시부야역의 마스코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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